광주전남통합특별법안 통과: 찬성한다 하지만 소수정당은 무시됐다
2026년 3월 1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행정통합특별법안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토론 후 기권했다. 기본소득당이 공동발의한 법안은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핵심 조항은 삭제됐다. 통과된 법안에는 민주적 견제장치 부재, 독소조항 포함 등 구조적 결함이 남아 있다. 이것은 한국 양당 독점 구조가 소수정당의 입법 참여를 제도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완고한 사실(stubborn fact)이다.
2026년 3월 1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광주전남톡합특별법안에 대한 찬성 토론에 올랐다. 그리고 기권표를 행사했다. 찬성도 아니고 반대도 아닌, 그 역설적인 선택의 이면에는 한국 의회 민주주의의 구조적 결함이 압축되어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사실 관계
기본소득당은 지난 두 달 동안 전남, 광주 지역을 수차례 방문하며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산업혁신, 기본사회, 민주분권의 세 원칙에 기초한 독자적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단순히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 대안을 만들어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기본소득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의 발의안은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용혜인 대표는 찬성토론문에서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명시했다. "오로지 거대 양당의 특정 법안에 대한 심사만 이뤄졌고,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강행 처리되었습니다." 6년 의정 활동 중 처음 겪는 일이라고 밝혔다.
제432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26년 2월 12일) 회의록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달희 위원은 법안이 직회부(直回附) 방식으로 소위원회에 넘겨지면서 일부 발의안에 대해서는 부처 의견조회조차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행안부 장관은 특정 발의안에 대한 의견만 준비되었음을 인정했다.
용혜인 대표는 본회의 개의 이후에도 독소조항 삭제와 민주적 견제장치를 담은 최소 수정안을 제안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거절했다. 찬성할 수 없는 법안이 되었지만, 반대도 하지 않겠다는 선택. "이대로 행정통합이 무산되면, 다음 지방선거 때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논거다.
통과된 법안의 세 가지 문제: 회의록이 말해주는 것
기본소득당이 지적한 통과된 법안의 문제점은 세 가지다. 이 내용은 용혜인 대표 개인의 주장만이 아니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도 여러 의원이 동일한 우려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당파적 과장으로 볼 수 없다.
첫째, 수백 개의 권한을 갖는 통합특별시장에 대한 민주적 견제장치가 부재하다. 광역자치단체 수준의 권한을 가지면서도 의회 통제 구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행안위 회의에서 신정훈 위원장은 통합특별시 산하 자치구가 일부 시군보다 10배 이상 많은 인구를 가질 수 있는데도 독자적 세수(자동차세, 담배소비세 등)가 없고 중앙정부 직접 교부세도 받지 못하는 구조를 문제로 지적했다. 민주적 자치의 기반인 재정 자율성이 설계 단계에서 누락된 것이다.
둘째, 연 5조 원 지역산업 투자를 실제로 집행할 수 있게 하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조항이 삭제됐다. 기본소득당이 공동발의한 서진 의원 발의안(2216615)에는 첨단산업, 특화단지, 교통망 관련 사업의 예타를 단축하고 통합특별시장이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제22조)과 기재부 장관이 시급한 대규모 사업에 대해 직접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제60조)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은 기본소득당이 설계한 핵심 조항이었다.
그러나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심의 과정에서 이 조항들은 가결 법안에서 전부 삭제됐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법률 면제 대신 "국무회의 의결"과 "기간 단축"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법적 권리가 아니라 행정 재량이다. 법안에 명시된 권리와 정부의 선의에 기댄 재량은 다르다. 기본소득당 입장에서 이 삭제는 단순한 조항 수정이 아니다. 지역에 내려오는 5조 원이 예타 장벽에 막혀 실제로 쓰이지 못하는 상황을 막으려 설계한 장치가, 소수정당의 법안이 심사조차 안 된 채 묻혀버리는 과정에서 함께 사라진 것이다.
셋째, 환경영향평가 무력화, 민간투자 부담금 감면, 특권학교 설립 활성화 등 공공성을 훼손하는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정춘생 의원(조국혁신당)은 회의에서 자유경제구역 내 장애인 고용부담금 면제 조항을 문제로 제기했고 정부는 인센티브 방식으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여러 독소조항에 대한 우려가 소수정당과 비교섭단체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었음에도, 근본적인 수정 없이 법안이 가결되었다.
왜 소수정당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민주주의 이론의 근거
이것은 기본소득당을 편드는 주장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칙의 문제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다수결(majority rule)이 아니다. 정확히는 다수결 원칙과 소수 보호 원칙(minority protection)의 긴장이 민주주의를 구성한다. 존 롤스(John Rawls)가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서 제시한 차등 원칙은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기준으로 제도의 정당성을 판단한다. 이 원칙은 경제적 분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대표성의 영역에서도, 소수의 목소리가 다수의 효율성에 의해 잠식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이론은 더 직접적이다. 정치적 결정의 정당성은 절차의 합법성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모든 이해당사자가 대화에 참여하고, 그 논거가 공개적으로 검토되는 과정이 민주적 정당성의 조건이다. 기본소득당의 법안이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하버마스적 기준에서 절차적 정당성의 결함이다.
한국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다. 기본소득당은 적법하게 선출된 의원이 적법한 절차로 발의한 법안을 갖고 있었다. 그 법안이 심사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은 헌법적 대표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양당주의가 기본처럼 형성된 한국에서 소수정당이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소수정당이 배제되는 것은 특정 정당의 악의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다. 양당 주의가 기본처럼 형성된 시스템 자체의 작동 방식이다. 현행 국회법 구조에서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은 상임위원회 발언 시간, 법안 심사 우선순위, 예산 협상 참여 등 다방면에서 제도적으로 불리하다. 기본소득당은 현재 1석이다. 이 구조에서 법안이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는" 일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필연에 가깝다.
행안위 회의에서 충남대전통합법안에 반대한 내란본당 서범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이제는 반대한다"고 발언했고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2024년 11월 21일에 직접 통합을 제안한 사람들"이라며 반박했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정쟁의 논리가 법안의 내용 심의를 압도하는 장면이다. 그 과정에서 독소조항에 대한 소수정당의 문제 제기는 부수적인 것으로 밀려났다.
이 패턴이 반복될수록 소수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효능감은 하락한다. "우리 당이 법안을 내도 심사도 안 된다"는 경험이 누적될 때,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는 거대 양당 중 하나를 찍는 전략적 투표로 귀결된다. 양당 독점은 이런 방식으로 자기 재생산된다.
용혜인의 기권이 남긴 것
용혜인 대표의 기권은 패배의 기호가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선택지들 사이에서 최선을 고른 행위이자, 그 행위를 통해 문제를 공론화한 정치적 언어였다.
"찬성할 수 없는 법안이지만, 반대도 하지 않겠다." 이 문장 안에는 지역 주민들의 오랜 통합 염원에 대한 존중과 그 염원을 담은 법안의 구조적 결함에 대한 비판이 동시에 담겨 있다. 단순한 반대였다면 이처럼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기본소득당은 기권 이후에도 독소조항 삭제와 재정 자율성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법 개정 활동을 예고했다. 법안이 통과된 지금, 이 싸움은 입법 전이 아니라 입법 후의 감시와 개정 요구로 이어진다.
민주주의는 다수가 결정하는 시스템이 맞다. 그러나 그 결정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소수가 자신의 논거를 충분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법안, 수정안조차 거절당한 협상 과정, 이것이 민주주의의 외양을 입은 양당 독점의 실체다.
화이트헤드가 말한 완고한 사실과 균형 잡힌 이야기만이 독점을 막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 균형이 얼마나 깨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완고한 사실(stubborn fac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