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진보정당 농성 12일: 뉴스가 되지 않는 천막의 의미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이 12일째 서 있다. 기본소득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이 중대선거구제, 비례대표 확대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그런데 포털 메인에 없다. 이것은 뉴스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맥콤스-쇼의 의제 설정 이론이 말하는 구조적 배제다. 거대 양당과 선거제도와 언론 의제가 서로를 강화하며 소수정당을 지우는 이중 순환 구조를 해부한다. 이 지독한 거대 양당독재를 이제 지워야 한다.

국회 본청 앞 야외에 설치된 개혁진보4당 정치개혁 촉구 천막 농성장. 어두운 광장 한켠에 불이 켜진 작은 천막이 거대한 국회 건물을 배경으로 서 있는 유화 스타일 이미지.
국회 본청 앞 천막 농성 12일째. 거대한 제도의 건물 앞에서 기본소득당 외 개혁진보 소수 정당의 불빛이 홀로 타오르고 있다.©RayLogue: AI-created image(Google Gemini)

2026년 3월 20일은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이 세워진 지 꼭 12일째 되는 날이다. 기본소득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원내 의석을 가진 네 개의 정당이 국회 본청 앞 야외에 천막을 치고 매일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 옆에 정의당과 녹색당이 합류하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전국민중행동이 어깨를 걸었다. 6개 정당, 수십 개 시민단체, 12번의 결의대회. 그런데 이 소식을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는가?

포털 메인에서 찾기 어려웠다. 저녁 종합뉴스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같은 독립 매체는 보도했지만 주류 의제에는 오르지 않았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처음 알게 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무관심이 아니라 뉴스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것이 오늘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다.

농성까지의 경로: 이것은 즉흥이 아니었다

기본소득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이 국회 앞 천막에 들어간 것은 2026년 3월 9일이다. 그러나 이 농성의 역사는 3월 9일에 시작되지 않았다. 작년, 그러니까 2025년 11월, 4당은 선언문을 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비례대표 30% 확대, 결선투표제, 이 세 가지를 지방선거 전까지 입법하라는 요구였다. 이후 연석회의가 열렸고, 결의문이 채택됐다. 2026년 2월 25일, 4당은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와 직접 만나 최소요구안을 전달했다. "최소"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더 이상 양보하면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담긴 말이다.

그리고 3월 8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기자회견 주제를 "검찰, 사법, 언론 개혁 완수, 1인1표제 실현, 지방선거 승리"로 잡았다. 검찰, 사법, 언론, 당원주권. 개혁의 목록은 길었다. 그러나 그 목록에 4당이 11월부터 요구해 온 바로 그 정치개혁은 없었다.

이것이 천막의 직접적 원인이었을 것이다. 약속이 지워진 것이 아니라 약속이 의제 목록에서 삭제된 것을 공개 선언으로 확인했을 때 개혁진보 4당에게는 천막 말고 다른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제도적 경로를 소진했을 때 남는 수단이 농성이다. 선언 -> 연석회의 -> 결의문 -> 최소요구안 전달 -> 그리고 침묵 앞에 친 천막. 이 순서를 기억해야 한다. 이것은 느닷없는 반발이 아니라, 제도가 닫혔을 때의 마지막 언어다.

의제 설정의 권력: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만들기

여기서 나는 불편한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원내 의석을 가진 정당들이 국회 앞에서 12일째 농성 중이다. 그 농성장에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직접 방문했다. 6개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연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왜 이것이 주류 뉴스가 되지 않는가.

이것은 뉴스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구조의 문제다. 미국 미디어학자 맥스웰 맥콤스(Maxwell McCombs)와 도널드 쇼(Donald Shaw)는 1968년 채플힐(Chapel Hill) 연구를 수행하고 1972년 Public Opinion Quarterly에 발표한 논문에서 의제 설정 이론(agenda-setting theory)을 공식화했다. 핵심 명제는 단순하다. 언론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는 결정하지 못하지만 무엇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지는 결정한다.

이 서술은 2026년 한국 지방선거 직전의 정치 현실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국회 앞 천막은 물리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의제 설정 권력의 관점에서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언론이 다루지 않으면 유권자의 인식에 그것은 없는 것이다. 12일째 계속되고 있는 농성이 당신의 아침 뉴스에 없었다면 그건 의도했든 아니든 권력이 만든 구조적 결과다.

헌법재판소는 올해 1월 29일 정당 득표율 3% 봉쇄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들의 보충의견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소수정당이 국회에 진입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유권자들이 작은 정당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 정치적 효능감이 고양되고 거대 양당의 경쟁을 통해 정치적 긴장감과 역동성이 높아지며, 소수 정당으로 인해 정치적 의제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헌법재판소가 이 말을 공식 결정문에 담은 것은 현행 구조가 그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진단이기도 하다.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을 막는 제도가 민주주의의 활력을 죽이고 있다고, 헌법의 최종 해석기관이 공식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그 판결을 이행하라는 요구를 담은 농성이 12일째 주류 의제에 없다. 이 역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답은 구조에 있다. 의제 설정 권력은 어떤 이슈를 의식적으로 지우는 방식보다 더 중요해 보이는 것으로 지면을 채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헌재 파면 선고, 검찰개혁 입법, 사법개혁. 이것들은 모두 중요하다. 그리고 그 중요함이 농성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밀어낸다. 의도 없는 소거, 그것이 구조적 배제의 가장 세련된 형태다.

무투표 당선 500명이 말하는 것

2022년 기초의회 선거에서, 당선자의 94%가 거대 양당 소속이었다. 그리고 무투표 당선자가 500명을 넘었다. 투표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선거구가 500곳이 넘었다는 뜻이다. 무투표 당선이란 경쟁자가 없어서 자동 당선된 것이다. 민주주의의 외피를 두른 독점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다.

현행 광역의원 선거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영남에선 국민의힘이, 호남에선 민주당이 단체장부터 의원까지 독식한다. 지방 의회가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당이 지방의회도 장악하고 있으면 지방자치는 자치가 아니라 행정 집행이 된다.

이 구조를 깨는 것이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 확대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으면 다수당이 독식하지 못한다. 30%의 지지를 받은 정당이 0석이 되는 일이 줄어든다. 내가 찍은 표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소수정당의 이익이 아니라 내 표가 의회에 반영되길 원하는 유권자 모두의 이익이다.

찍어도 소용없다는 말이 만들어진 방식

이 구조는 지방의회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선거도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한국 선거에서 가장 오래된 언어가 있다. "사표 방지." 당신이 지지하는 소수정당 대신 거대 정당에 표를 던지게 만드는 논리다. 이 논리는 틀리지 않았다. 소선거구제에서 소수정당 후보는 당선되기 어렵다. 그 표는 당선자를 결정하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 수학적으로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정확히 현행 선거제도가 계속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도 똑같이 사실이다.

사표가 나오는 이유는 유권자가 나쁜 선택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사표가 나오도록 설계된 제도 때문이다.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에서는 2등 이하의 표는 의석 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것이 제도의 작동 방식이다. 그 제도를 유지하면서 "사표 방지"를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에 맡기는 것은 게임의 규칙을 그대로 두면서 패배자에게 더 영리하게 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독일은 소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병합 운영한다.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이 결정되는 구조다. "소수정당을 찍으면 사표"라는 논리가 구조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5%를 얻으면 의석의 5%를 가진다. 이것이 1인1표의 원래 의미다.

천막이 보여야 민주주의가 보인다

오늘 신지혜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은 발언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헌법을 존중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당이라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 역시 존중해야 합니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 선고에는 환호하고, 선거제도 헌법불합치 결정은 방치하는 , 이것이 선별적 헌법 존중이라는 지적이다.

이 지적은 옳다. 그리고 이미 현실이 됐다.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에 관한 헌법불합치 결정의 입법 시한은 2026년 2월 19일이었다. 그 시한은 한 달 전에 지났다. 국회는 이행하지 않았다. 위헌적 상태의 법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방선거 준비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헌법에 어긋난 법을 헌법 정신에 맞게 고치는 것이 국회의 본분"이라는 신지혜 최고위원의 말은, 이미 위반이 확정된 상황 앞에서 나온 말이다.

소수정당이 고사하는 건 두 개의 구조 때문이다. 하나는 선거제도다. 득표율을 의석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막는 소선거구제와 봉쇄조항이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언론 의제 구조다.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다루는 것이 그것이다.

이 두 구조가 서로를 강화한다. 의제에 오르지 못하는 소수정당은 지지율을 키울 수 없고 지지율이 낮은 소수정당의 이슈는 의제에 오르지 못한다. 완벽하게 닫힌 순환 구조다.

3월 20일을 기준으로 6월 3일 지방선거까지 남은 날이 75일이다. 정개특위가 이 기간 안에 의미 있는 결론을 내놓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는 또다시 수년 후로 밀려난다. 헌재의 명령은 이미 한 번 무시됐다. 지금 국회 앞에 천막이 서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막의 가시성은 민주주의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천막이 왜 거기 있느냐가 아니라 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독립 저널리즘과 시민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천막을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