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폭 뇌물설이 무려 4년 5개월 만에 허위로 확정됐다
장영하의 '이재명 조폭 뇌물설'이 대법원에서 허위로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이 허위 진술은 이미 정치적 생애를 완주한 뒤였다. 2021년 기자회견에서 태어나 국정감사장을 거쳐 유통되고, 0.73%p 차이의 대선에 영향을 미친 뒤, 4년 5개월 만에야 사법적 판단을 받았다. 검찰 불기소, 재정신청, 1심 무죄, 2심 유죄 역전이라는 절차적 경로가 만든 시간차. 이 구조적 간극은 AI 허위정보 시대에 더 극단적인 형태로 반복될 수 있다.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3월 14일
2021년 10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장.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현금다발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조직폭력배 '국제마피아파'로부터 약 20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의 물증이라고 했다. 이 사진과 이 주장의 원천은 장영하 변호사였다. 장영하는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장 박철민의 법률대리인이었고, 박철민의 일방적 진술을 근거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4년 5개월 뒤인 2026년 3월 12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가 장영하의 상고를 기각했다.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확정. 대법원이 추인한 것의 핵심은 2심이 인정한 하나의 사실관계다. 대법원은 법률심이지 사실심이 아니다. 그러나 2심의 사실인정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확인함으로써 이 사실은 사법적 최종성을 획득했다. 장영하가 공표한 '이재명 조폭 뇌물설'은 객관적으로 허위다.
그런데 이 허위 진술은 이미 자신의 정치적 생애를 완주한 뒤였다.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그리고 나서야 허위로 확정됐다. 이 시간차가 제기하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허위 진술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허위 진술에는 생애가 있다. 그것은 특정 시점에 생산되고, 특정 경로로 유통되며 특정 효과를 남기고 때로는 사후적으로 허위로 판명된다. 장영하 사건은 이 생애주기의 모든 단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아주 몹쓸게도 교과서적이다.
생산 단계부터 살펴보자.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7부, 재판장 이재권)는 장영하의 행위를 이렇게 판시했다. "사실을 명확히 입증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쟁점 사실과 관련 없는 현금다발 사진, 박철민 등의 진술에만 의존해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 이 판시에서 주목할 대목은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라는 부분이다. 장영하는 박철민이라는 단일 출처(single source)의 일방적 진술만으로 20억 원 뇌물이라는 중대한 주장을 공적 영역에 던졌다.
현금다발 사진은 더 노골적이었다. 박철민이 2018년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렌터카, 사채업으로 번 돈을 과시하려고 올린 사진이었다. 현금 옆에 렌터카 업체와 라운지 바 명함이 놓여 있었다. 이재명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진이 '뇌물 증거'로 둔갑한 것이다.
저널리즘의 언어로 번역하면, 이것은 검증 실패(verification failure)가 아니라 검증 부재(absence of verification)다. 실패는 노력했으나 놓친 것이고 부재는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은 것이다. 2심 재판부가 "정치적 대립 관계에서 이재명의 정치 활동에 타격을 주고 정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를 인정한 것은 이 검증 부재가 과실이 아니라 의도적 선택이었음을 시사한다.
정치인의 기자회견은 저널리즘과 같은 수준의 사실 확인 의무를 지는가? 법적으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공직선거법 250조 2항은 이 질문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린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그 주체가 기자든 정치인이든 형사 책임을 진다. 장영하 판결은 이 원칙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유통의 경로: 기자회견에서 국정감사장까지
허위 진술의 생산이 장영하라는 개인의 행위였다면, 유통은 제도가 가담한 과정이었다.
장영하는 먼저 기자회견을 열어 주장을 공개했다. 이 주장은 곧바로 김용판의 손으로 넘어갔고 국회 국정감사라는 헌법적 권위가 부여된 공간에서 재생산됐다. 김용판은 2021년 10월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장영하에게 전달받은 현금다발 사진을 직접 공개하며 이재명을 추궁했다. 이재명은 당시 국감장에서 "노력 많이 하신 듯"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국정감사장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짚어야 한다. 국감에서 나온 발언과 자료는 의원의 면책특권(헌법 44조)에 의해 보호받는다. 김용판이 국감장에서 허위 자료를 제시한 행위 자체는 형사 책임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자료의 원천을 제공한 장영하에게는 면책이 적용되지 않는다. 허위 진술의 유통 경로에서 제도적 면책의 그림자가 작동한 것이다.
유통 경로를 정리하면 이렇다. 박철민(출처) → 장영하(가공, 공표) → 김용판(제도적 증폭) → 언론, SNS(대중 확산) → 유권자 인식. 이 경로에서 각 노드(node)는 허위 진술에 점점 더 큰 공적 권위를 부여했다. 한 명의 조직폭력배 행동대장의 주장이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거치고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질의를 거치면서 마치 검증된 사실인 것처럼 공론장에 안착했다.
0.73%p: 선거에 새겨진 지울 수 없는 흔적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윤석열 후보 48.56%, 이재명 후보 47.83%. 득표 차이 247,077표, 득표율 차이 0.73%p. 대한민국 대선 역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였다.
2심 재판부는 이 숫자를 직접 거론했다. "20대 대선에서 이 후보가 근소하게 낙선한 점을 비춰 대선에 끼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법원이 허위 진술의 선거 영향력을 판결문에서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물론 '조폭 연루설'이 0.73%p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선거 결과는 수천 개의 변수가 얽힌 복합 방정식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이 점을 양형 이유로 적시한 것은 허위 진술이 초접전 선거에서 가지는 구조적 위험을 사법부가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이 이 사건의 가장 불편한 지점이다. 허위 진술이 선거에 미친 영향은 측정 불가능하지만 그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역대 최소 표차 선거에서 검증 없이 유포된 '20억 원 뇌물설'이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단언할 근거도 없다. 선거는 되돌릴 수 없고 정치적 손해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다. 형사 처벌은 개인에 대한 책임 추궁은 가능하지만, 민주주의 과정 자체에 남긴 훼손을 복원하지는 못한다.
사후적 정의의 딜레마: 4년 5개월이라는 시간
허위 진술이 태어난 것은 2021년 10월이다. 대선이 치러진 것은 2022년 3월이다. 유죄가 확정된 것은 2026년 3월이다.
이 시간차의 구조를 뜯어보면, 사법 시스템의 느림이 아니라 이 사건 특유의 절차적 경로가 핵심 원인이다. 검찰은 장영하를 불기소 처분했다. "박철민의 말을 사실로 믿고 제보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재정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2023년 5월에야 장영하가 재판에 넘겨졌다. 허위 진술 공표로부터 기소까지만 1년 7개월이 걸린 셈이다.
재정신청이라는 제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 제도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사법적 견제 장치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사건에 대해 고등법원이 기소를 명령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검찰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한다. 장영하 사건에서 재정신청이 없었다면 '이재명 조폭 뇌물설'은 영원히 사법적 판단을 받지 못한 채 공론장에 떠돌았을 것이다.
동시에 이 제도가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재정신청은 상대편 인사를 법정에 세우기 위한 절차적 무기가 될 수 있다.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무기화라는 이 양면성은 재정신청 제도 자체의 구조적 긴장이다.
그러나 장영하 사건에서 재정신청의 결과는 명확하다.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이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최종 판단은 "이 주장은 허위였다"이다. 재정신청이 아니었다면, 이 허위 진술은 사법적 검증 자체를 받지 못했다.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 마그나카르타(1215)에서 글래드스턴(1868), 마틴 루터 킹(1963)에 이르기까지 긴 역사를 가진 이 법학 격언을 장영하 사건에 적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이 명제는 민사적 맥락, 특히 피해자 구제의 지연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 허위정보의 맥락에서 이 명제는 더 극단적인 형태를 취한다. 선거는 비가역적이다. 2022년 3월 9일의 투표 결과를 2026년 3월 12일의 판결이 되돌릴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장영하 개인에 대한 형사 처벌인가, 민주적 과정의 복원인가? 전자는 달성됐지만 후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허위 진술의 정치적 생애를 단축시킬 방법은 있는가
장영하 사건의 시간표를 다시 본다. 허위 진술 공표(2021.10) -> 대선(2022.3) -> 검찰 불기소 -> 재정신청 인용 -> 기소(2023.5) -> 1심 무죄(2025.1.24) -> 2심 유죄(2025.10.22) -> 대법원 확정(2026.3.12). 허위 진술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 시점과 사법적으로 허위가 확정된 시점 사이의 간극은 4년 5개월이다.
이 간극을 줄이는 제도적 방법이 존재하는가? 프랑스는 선거 관련 소송을 헌법재판소(Conseil constitutionnel)가 신속하게 처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독일은 연방선거심사법(Wahlprüfungsgesetz)을 통해 선거 관련 이의를 연방의회가 우선 처리하도록 규정한다. 한국의 공직선거법도 선거 소송의 신속 처리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지만(제270조, 1심 6개월, 2심 3심 각 3개월 이내 판결 선고), 실제 소요 기간은 이 원칙과 거리가 멀다.
선거 허위정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선거 이전에 또는 적어도 선거 직후에 내려져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신속한 사법 판단은 피고인의 방어권과 충돌할 수 있다. 장영하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만약 신속 재판 제도가 있었다면 1심의 신중한 무죄 판단, 그리고 그것을 뒤집은 2심의 유죄 판단이라는 다층적 사법 검증이 가능했을까? 신속성과 정밀성 사이의 긴장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개별 사건의 차원에서만 보면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장영하 사건은 2021년에 일어났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허위 진술의 생산, 유통 환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2021년의 장영하는 기자회견과 국정감사라는 전통적 경로를 이용했다. 2026년의 허위 진술 생산자는 AI 딥페이크로 존재하지 않는 영상을 만들고, 알고리즘이 설계한 유통망을 통해 확산시킬 수 있다. 선관위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3중 감별 시스템'을 가동한 것은 이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장영하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사람이 만든 허위 진술조차 4년 5개월이 걸려야 허위로 확정되는 시스템이 AI가 대량 생산하는 허위 정보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다.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설계됐다. AI가 생성하고 봇이 유포하는 허위 정보에 대해 이 법적 프레임이 작동할 수 있는가는 별도의 그리고 더 긴급한 질문이다.
완고한 사실, 그리고 남은 질문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Adventures of Ideas(1933)에서 stubborn facts(완고한 사실)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사실은 해석이나 선호에 의해 무시되거나 재구성될 수 없는 저항적 실재라는 것이다. 이 개념을 장영하 사건에 적용하면, 대법원이 확정한 stubborn fact는 하나다. '이재명이 국제마피아파로부터 약 20억 원을 받았다'는 주장은 허위다.
이 사실은 이제 완고하다. 어떤 정치적 해석도, 어떤 진영 논리도, 이 사법적 확정을 무력화할 수 없다. 그러나 화이트헤드가 Process and Reality(1929)에서 동시에 보여주었듯, 사실은 완고하면서도 맥락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한다. 장영하의 허위 진술이 '사실'처럼 유통될 수 있었던 맥락 예컨대 극단적 정치 양극화, 검증 없는 정보 확산, 선거 캠페인의 네거티브 구조는 이 판결로 사라지지 않는다.
대법원은 장영하 개인의 허위 진술을 단죄했다. 그러나 허위 진술이 태어나고 유통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4년 5개월 뒤에야 허위로 확정되는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다. 6.3 지방선거까지 82일. 다음 허위 진술의 정치적 생애는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