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익변경금지는 솜방망이 판결을 고정시키는 장치가 아니다

항소하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없다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형사소송법 제368조)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검사가 함께 항소하면 이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에도 형의 종류는 올릴 수 없지만 벌금액은 올라갈 수 있다. 법적 오해는 무지보다 너무 많이 요약된 지식에서 생긴다. 1심에서 형편없이 낮은 형벌을 받은 내란범들이 2심에서 더 중한 형벌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부디.

비대칭 저울과 분기하는 경로선, 법조문을 암시하는 텍스트 레이어가 겹쳐진 추상 구성.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서 검사 항소 여부에 따라 판결 결과가 달라지는 절차적 분기 구조를 시각화한 이미지.
항소는 누구를 위한 문인가. 절차의 위치가 결과를 바꾼다. ©RayLogue: AI-created image(Chatgpt)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4월 10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형사소송법에는 불이익변경금지라는 원칙이 있다. 이게 뭐냐 하면 피고인이 항소를 제기했을 때(1심에서 2심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항소심(2심)이 원심(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쉽게 말해, 피고인이 스스로 불복하여 상급심의 문을 두드렸다는 이유만으로 더 나쁜 결과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68조가 그 근거다.

형사소송법 제368조는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한 사건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이 조문은 피고인이 "억울하다"며 항소했다가 오히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까 봐 상소를 포기하는 일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이다. 다시 말해 이 원칙은 형사절차의 친절함이 아니라 상소권 보장을 위한 장치이다.

이 원칙의 본질은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억울한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더 무거운 형을 두려워해 항소 자체를 포기할 수 있고, 그 결과 상소 제도 전체가 유명무실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원칙은 단순한 절차 규정이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담보하는 안전장치다. 나쁜 놈들이 더 많이 이용해 먹어서 탈이지.

검사가 항소하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피고인이 항소하면 1심보다 절대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없다"고 알고 있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을 공부하다 보니 조금 다른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내가 그 이야기에 혹한 이유는 요즘 내란범들의 1심 선고가 지나치게 낮아서다. 1심도 낮은데 2심은 1심보다 더 높게 받을 수 없다고? 이런 분통터질 일이 있나. 나는 법이 악용되는 서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불이익변경금지에 예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우선 불이익변경을 받으려면 피고인이 혼자 상소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검사가 상소를 하지 않을 경우 검사는 이미 1심의 판결을 받아들였다는 뜻이므로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검사가 같이 상소를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검사 역시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내란범들이 낮은 형벌을 선고받았지만 검사가 바로 상소에 들어갔으므로 불이익변경원칙은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1심 재판이 끝난 뒤 피고인이 "억울하다, 2심 가겠다"고 혼자 항소하면, 2심은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항소했다가 오히려 더 맞는 일이 없도록 법이 보호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검사가 "이 판결은 너무 가볍다"며 항소를 제기하는 순간, 판은 완전히 달라진다. 검사가 항소에 가담한 경우라면 — 검사 단독이든, 피고인과 검사가 동시에 항소했든 — 항소심은 원심보다 훨씬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내란 사건으로 돌아오면, 1심 선고가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한 검사가 항소를 제기했으니 항소심은 1심 형량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법이 그 통로를 처음부터 열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불이익변경금지는 억울한 피고인을 보호하는 원칙이지, 솜방망이 판결을 영구히 고정시키는 장치가 아니다.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항소심(1심에서 2심)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고심(2심에서 3심)에서도 준용된다. 다만 여기서도 핵심은 동일하다. 누가 항소 혹은 상고했는지(이 둘을 합해 상소, 라고 한다), 어떤 절차 구조인지, 무엇이 실제로 더 무거운 형인지가 중요하다. 법은 추상적 정의보다 절차적 위치를 중시한다. 그래서 같은 "상소"라는 말 아래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는 이런 오해가 꽤 있다. 법조문은 완고한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완고한 문장이 매번 맥락 속에서 다시 유통되고 다시 단순화되고 때로는 왜곡된다. 법적 오해는 무지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너무 많이 요약된 지식에서도 생기는 것이다. 특히 제목 장사하는 언론이 특정한 원칙을 제목으로 삼아 올리면 내용에 뭐라고 썼든 사람들은 그 원칙이 맞다고 생각해 버린다.

약식명령과 정식재판, 불이익변경금지는 어디까지 적용되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항소심뿐 아니라 약식명령에도 적용된다. 약식명령이란 법원이 정식 재판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벌금형 등을 내리는 간이 절차다. 그런데 피고인이 이 약식명령에 불복해 "제대로 된 재판을 받겠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을 때, 법원이 오히려 더 무거운 종류의 형을 선고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도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은 이를 명시적으로 막고 있다.

쉽게 풀면 이렇다. 검찰이 "벌금 300만 원"짜리 약식명령을 청구해 법원이 이를 그대로 발령했는데, 피고인이 억울하다며 정식재판을 요청했다고 하자. 이때 정식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형이나 금고형, 즉 벌금보다 무거운 종류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 벌금형에 불복했다가 징역살이를 하게 될 수도 있다면, 누가 감히 정식재판을 청구하겠는가. 이 조항 역시 앞서 살펴본 불이익변경금지 원칙과 같은 맥락이다. 피고인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더 가혹한 결과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이 이 조항의 핵심이다.

참고로 이 조항은 2017년 12월 개정 전까지는 표제가 '불이익변경의 금지'였으나, 개정을 통해 '형종 상향의 금지 등'으로 바뀌었다. 항소심에 적용되는 제368조가 여전히 '불이익변경의 금지'라는 표제를 유지하는 것과 구별된다. 개정의 핵심은 약식명령 절차에서 형의 종류를 올리는 것은 금지하되, 같은 형종 안에서 금액을 높이는 것은 허용하는 방향으로 원칙을 완화한 것이다.

정식재판은 리셋이 아니다, 벌금액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끝이 아니다. 형의 "종류"를 올리는 것은 금지되지만, 같은 종류의 형 안에서 금액을 더 높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어 약식명령에서 벌금 300만 원을 받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했을 때, 법원은 징역형으로 올릴 수는 없지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는 것은 가능하다. 형의 종류는 그대로 벌금형이니 조문상 금지 규정에 걸리지 않는다는 논리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원이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2항은 약식명령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때 판결서에 반드시 양형의 이유를 기재하도록 규정한다. 벌금액을 올리는 데 제동을 거는 실체적 금지는 없지만, 법원이 그 판단 근거를 명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절차적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이 차이를 모르면 정식재판 청구를 일종의 리셋 버튼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의 정식재판은 리셋이 아니라 재구성이다. 그것도 제한이 걸린 재구성이다.

이쯤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법이 금지하는 "불이익"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벌금액이 올라가도 형종이 같으면 불이익이 아닌가. 죄명이 더 무거운 것으로 바뀌었는데 최종 형량 숫자는 같다면 그건 불이익인가 아닌가. 실형이 집행유예로 바뀌었는데 형량 자체는 더 길어졌다면 어떻게 봐야 하는가. 바로 이 질문들 때문에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단순히 조문을 외우는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로 바뀐다. 어디까지를 불이익으로 볼 것인가, 그 경계선을 어떻게 그을 것인가가 실제 법정에서 다투어지는 진짜 쟁점이다.

판결을 숫자로만 읽으면 놓치는 것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 대목은 법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널리즘의 문제이기도 하다. 뉴스 헤드라인은 숫자를 좋아한다. 징역 1년, 벌금 500만 원, 집행유예 2년. 숫자는 빠르게 소비된다. 그러나 법적 불이익은 종종 숫자 밖에 있다. 보호관찰, 수강명령, 추징, 취업제한, 신상정보 등록 같은 요소는 기사 본문 뒤쪽으로 밀려나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판결을 읽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숫자만 읽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제는 AI가 그 숫자 중심 요약을 더 빠르게 재생산한다. AI는 질문을 받으면 답을 압축한다. 압축은 편리하지만, 법에서는 압축이 종종 의미의 손실로 이어진다. "피고인만 항소하면 형은 안 올라간다"는 문장은 편리하다. 그러나 보호관찰이 추가된 사건 앞에서는 불완전하다. 벌금형은 유지됐지만 벌금액이 올라간 사건 앞에서도 불완전하다. 절차가 바뀌는 순간, 편리한 문장은 정확성을 잃는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술이 증폭하는 지식 유통 방식의 문제이다. 알고리즘은 길고 복잡한 설명보다 짧고 강한 문장을 선호한다. 법률 정보 역시 그 압력을 받는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정밀한 설명이 아니라 기억하기 쉬운 격언이 된다. 그리고 그 격언이 실제 권리 인식을 잘못 이끌 때, 피해를 치르는 것은 플랫폼이 아니라 시민이다.

남는 것은 하나의 결론이다. 항소는 보험이 아니다. 권리이다. 그리고 권리는 정확한 이해 위에서만 제대로 행사된다. / raylogue

솔직히 이 글은 내란범들이 2심에서 더 적은 형을 선고받을까봐 염려되는 마음을 전하려고 썼지만 내 형사소송법 공부를 위해서도 쓰긴 했다. 아무래도 이러면 잘 외워지니깐.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FAQ

Q1. 피고인만 항소하면 형이 절대 무거워질 수 없는가?

아니다. 정확히는 피고인 또는 피고인을 위한 항소 사건에서 원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다만 무엇이 "더 무거운 형"인지는 주문 전체를 실질적으로 비교해 판단한다.

Q2. 검사가 함께 항소하면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어떻게 되는가?

검사만 항소했거나 검사와 피고인이 함께 항소한 사건에는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항소하면 안전하다"는 통념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Q3.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징역형으로 바뀔 수 있는가?

형종 상향은 안 된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이 명시적으로 금지하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벌금형 안에서 금액이 올라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 경우 법원은 판결서에 양형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

Q4. 형량 숫자가 같으면 불이익변경금지 위반이 아닌가?

꼭 그렇지는 않다. 보호관찰, 추징, 노역장 유치처럼 실질적 부담이 추가되면 숫자가 같아도 더 무거운 형으로 평가될 수 있다.

Q5. 이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피고인이 "항소했다가 더 큰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상소권 행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결국 이 원칙은 형량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 보장의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