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필요한 진술'을 말할 때, 그것은 수사인가 조작인가

박상용의 녹취가 공개됐다. 언론은 사흘 내내 "여 조작기소 확인 vs 야 짜깁기"를 중계했다. 그러나 녹취 안에서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필요한 진술." 이 문장 하나가 형사소송법 제309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수사는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이지, 필요한 진술을 조달하는 과정이 아니다. 양비론 저널리즘이 정치 공방으로 희석시킨 이 사건의 법적 실질을 짚는다.

어두운 공간에서 빛나는 석판, 떠 있는 테이프 코일, 압력을 받는 점토 덩어리가 삼각형을 이루고, 바닥의 균열선이 세 소재를 향해 뻗어 있는 추상 구성
세 소재가 삼각형을 이룬다. 법과 증거와 진술이 같은 테이블 위에 있을 때. ©RayLogue: AI-created image(Google Gemini)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3월 31일

언론은 이 사건을 어떻게 다뤘는가

2026년 3월 29일, 박상용의 녹취가 공개됐다. 그날 이후 사흘 동안 한국 언론이 생산한 기사를 훑으면 하나의 패턴이 반복된다. 여 '조작기소 확인' vs 야 '짜깁기 조작'. 여당이 말하고 야당이 받아치고 기자는 양쪽을 나란히 놓는다. 독자는 어느 쪽이 맞는지 알 수 없다. 아마 기자도 모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것이 한국 정치 저널리즘의 고질적 병폐인 '양비론 저널리즘'이다. 양비론 저널리즘은 균형처럼 보이지만 균형이 아니다. 진정한 균형은 증거의 강도에 비례한 서술이다. 두 주장의 증거 강도가 비대칭적인데도 양쪽을 동등하게 배치하면 그것은 균형이 아니라 독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공개된 것은 박상용의 육성 녹취다. 그 녹취에서 박은 구체적인 발언을 했다. 하지만 박 측은 짜깁기라고 주장했다. 이 두 가지는 같은 무게의 주장이 아니다. 하나는 음성 파일이고, 다른 하나는 해명이다. 언론은 이 비대칭을 지워버리고 양쪽을 50 대 50으로 배치했다.

더 깊은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보도는 이 사건을 정치 공방으로 프레이밍했다. "민주당이 공개했다"는 사실이 사건의 첫 번째 문장이 되는 순간, 독자의 뇌는 이 사건을 정치적 공세로 받아들인다. 녹취 내용보다 공개 주체가 먼저 부각되는 보도 구조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사건의 법적 실질을 정치적 소음으로 희석시킨다.

저널리즘의 의무는 어떤 주장이 더 강한 증거를 가졌는지 판단하고 그 판단에 비례하는 서술을 제공하는 것이다. 녹취 내용을 법조문에 직접 대입해 "이 발언은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어떤 요건에 해당할 수 있는가"를 묻는 기사는, 이 사건이 터진 사흘 동안 국내 주류 언론에 단 한 건도 없었다. 법률 전문지를 제외하면. 정치 공방은 넘쳐났고 법적 분석은 없었다. 이것이 내가 박상용이라는 인간을 소름끼치게 싫어하면서도 이 글을 쓰는 이유다.

검사는 진실을 찾는 사람인가, 진술을 설계하는 사람인가

2023년 6월 19일, 수원지검 검사가 피의자 측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통화에서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화영씨가] 법정까지 유지시켜 줄 그런 진술이 저희가 필요한 거고, 실제로 이재명 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저희가 그거를 할 수가 있고." (뉴스토마토 보도, 2026. 3. 30.) 3년이 지나 이 통화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지금 이 녹취는 한국 형사사법의 민낯을 드러내는 거울이 되었다.

수사란 무엇인가. 형사소송법의 언어로 말하면, 수사는 범죄 사실을 발견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다. 수사기관은 이미 알고 있는 결론을 향해 진술을 조각하는 조각가가 아니다. 그런데 위의 발언에서 박이 한 일은 정확히 그 조각 작업이었다. "저희가 필요한 진술"이라는 표현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한다. 검사에게 진술은 발견의 대상이 아니라 조달의 대상이었다.

이 지점에서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를 끌어온다. 그의 Adventures of Ideas(1933)에서 제시된 스터번 팩트(stubborn facts, 해석이 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사실)의 핵심은, 사실이란 해석자의 선호와 이론적 편의에 의해 재구성될 수 없는 저항적 실재라는 것이다. 이 서술은 박상용 사건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검사가 "필요한 진술"을 먼저 설정하고 그것을 확보하려 한다면, 그것은 사실을 추적하는 수사가 아니다. 결론이 사실을 소환하는 역방향 논리, 수사의 탈을 쓴 진술 제조다.

그렇다면 이 발언은 구체적으로 어떤 법적 선을 넘는가.

첫 번째 문제는 형사소송법 제309조다. 이 조항은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성 없이 이루어진 경우 증거능력을 부정한다. 조문은 "기타의 방법"을 예시적으로 규정하는데, 학계 통설과 판례 해석은 수사기관의 약속, 회유, 협상을 이 범주에 포함시킨다(이화여대 법학연구소, 조광훈, 법학논집, 2013). 박은 같은 통화에서 "공익제보자니 보석으로 나가는 거라든지 추가 영장을 안 한다든지 이런 게 다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MBC 보도, 2026. 3. 29.). 이건 법리 설명이 아니다. 특정 내용의 진술을 하면 수사상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거래 제안이다. 수사기관의 약속이 피의자의 자백에 대한 반대급부로 구체성을 띠는 경우가 바로 제309조의 자백배제 사유에 해당한다.

두 번째 문제는 더 심각하다. 박은 또 다른 통화에서 "일단은 추가 수사들은 저희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이화영 씨 협조해 주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뉴스토마토 보도, 2026. 3. 30.). 수사 방향의 통제권을 협상 카드로 꺼낸 것이다. 검사는 공익의 대리인이다. 수사를 막거나 진행시킬 권한은 증거와 법에 따라 행사되어야 하지, 피의자의 진술 방향에 연동되어서는 안 된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를 처벌한다. 박이 수사권 행사 여부, 예를 들어 추가 영장, 추가 수사 진행 여부 등을 진술 내용과 연동시켜 변호인에게 전달했다면, 이는 직권을 수사 목적 외로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 문제는 더 본질적이다. 검사가 변호인에게 "법정까지 유지될 진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이 문장을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검사가 걱정한 것은 진실이 법정에서 제대로 드러나는가가 아니었다. 검사가 원하는 진술이 법정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는가였다.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진술이라면 검사가 "법정 유지"를 걱정할 이유가 크지 않다. 물론 검사가 증거법 일반론 - 진술은 법정에서 번복될 수 있으니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의미 - 를 언급했을 가능성이 정말 정말 조금 있다로 우기더라도 "저희가 필요한 진술"이라는 표현과 결합하면, 단순한 증거법 안내로 보기 어렵다.

박의 해명은 이렇다. 서민석 변호사가 먼저 이화영씨를 종범으로 처리해달라고 제안했고 자신은 그것이 왜 법리적으로 어려운지 원론적으로 설명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해명은 전체 녹취가 공개되어야 검증할 수 있다. 그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이 해명을 최대한 선의로 받아들여도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박의 해명대로 변호인이 먼저 종범 의율을 제안했다고 하자. 그 경우에도 검사의 적절한 답변은 "그건 법리상 어렵습니다"이지 "이재명 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라는 결론 지정이 아니다. 법리상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는 것과 어떤 내용의 자백이 있어야 가능한지를 명시하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다. 전자는 검사가 법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이고 후자는 검사가 원하는 진술 내용을 변호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두 답변의 차이가 바로 법리 설명과 진술 유도의 경계선이다.

원론과 유도는 이 지점에서 갈린다. 원론은 과정을 설명하고, 유도는 결과를 지정한다. 그래서 이 사건을 단순히 한 검사의 일탈로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

한국의 검찰 수사 문화에는 "필요한 진술을 확보한다"는 관행이 구조적으로 작동해 왔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고검 인권침해 점검 태스크포스는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박을 세 차례 소환해 조사했고 교도관들이 박과 언쟁을 벌이며 위법한 특혜 제공을 제지했다는 진술을 복수로 확보했다(민들레 보도, 2026. 3. 25.). 이것은 고립된 일화가 아니다. 이 사건 수사 전반에서 유사한 패턴이 반복됐다는 방증이다.

박의 녹취가 충격적인 이유는 그것이 예외적 이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틀림없는 관행의 언어였다. 검사가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어 "저희가 필요한 진술"을 언급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웠으면 그 통화가 녹취될 것을 몰랐겠는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선언한 것은 수사기관의 권력이 진실 발견이 아닌 다른 목적에 동원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방어선이다. 박의 발언은 그 통제 장치를 우회하는 수사 실무의 민낯을 녹취 파일 안에 고스란히 남겼다.

전체 녹취가 공개되면 맥락이 달라질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닫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공개된 발언들은 이미 충분히 무겁다. 사실은 해석에 저항한다. 그리고 지금 저항하고 있다. / ray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