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 트럼프: 비겁함인가, 마케팅인가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는 2025년 5월 파이낸셜타임스 로버트 암스트롱이 만든 신조어로, 트럼프가 강경한 관세 위협을 발표한 뒤 시장 반응을 보고 정책을 후퇴시키는 패턴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이 용어는 월스트리트에서 투자 전략으로까지 활용되며, 트럼프의 정치적 행동 양식을 상징하는 밈이 되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비겁함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계산된 정치 마케팅 전략으로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해방의 날에서 시작된 TACO 논란
2025년 4월 2일, 트럼프는 이날을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선포하고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의 기본 관세를, 주요 무역 적자국에는 최대 54%까지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에는 기존 20% 관세에 추가로 34%를 더해 총 54% 관세를 적용했고, EU에는 20%, 베트남에는 46%의 관세율을 책정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4월 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56개국 대상의 높은 관세를 90일간 연기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런 패턴은 연준 의장 제롬 파월 해임 압박에서도 반복되었다.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반발이 커지자 "중대한 사유 없이는 해임하지 않겠다"며 스스로 진화에 나선 것이다.
5월 28일 백악관에서 CNBC 메간 카셀라 기자가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이 TACO 트레이드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는데 트럼프가 관세 위협에서 항상 꼬리를 내린다고 말하고 있다"고 질문하자 트럼프는 "가장 불쾌한 질문"이라며 격분했다. 그는 "이건 협상이라고 불린다"며 "터무니없이 높은 숫자를 설정해서 조금씩 내려가는" 전술이라고 해명했다.
월스트리트가 만든 새로운 투자 전략
TACO 현상은 단순한 정치적 조롱을 넘어 실제 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스트리트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TACO 트레이드라는 투자 전략이 등장했다. 트럼프가 관세를 위협하면 주가가 급락할 때 주식을 사고, 정책이 후퇴하면서 시장이 반등할 때 수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톰 에세이 애널리스트는 "트럼프가 실제로 꼬리를 내렸다"고 인정하면서도 멕시코와 캐나다의 USMCA 협정 상품을 추가 관세에서 면제하는 등 전략적 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기드온 레이치먼은 트럼프가 외교 정책에서 22차례 무력 사용을 위협했지만 실제로는 2번만 실행했다고 분석하며, "트럼프는 외교 정책에서도 항상 꼬리를 내린다"고 지적했다.
밈 정치학의 새로운 전형
TACO에 대한 트럼프의 격분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인터넷에서는 즉시 AI로 생성된 타코와 닭 이미지를 합성한 트럼프 밈들이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6월 8일 트럼프가 에어포스원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타코 벨(Taco Bell)"을 패러디한 "타코 펠(Taco Fell)" 밈까지 등장했다.
이는 현대 정치가 단순한 정책 논쟁을 넘어 밈과 서사의 경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바이럴 콘텐트로 변환되고 조롱조차 관심을 끄는 마케팅 도구가 된다. 트럼프는 이런 디지털 정치 문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정치인이다.
비판과 옹호 사이의 애매한 진실
TACO 현상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MSNBC의 지샨 알림은 민주당이 TACO를 정치적 슬로건으로 사용하는 것을 비판하며 "트럼프가 극단적 관세 위협을 실행하도록 도전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2025년 5월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트럼프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남용했다며 해방의 날 관세를 무효화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과 일부 분석가들은 이를 효과적인 협상 전술로 해석한다. EU에 39% 관세를 위협한 후 20%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양보를 이끌어낸다는 논리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로버트 암스트롱조차 "꼬리를 내리는 것은 좋은 일이며 축하받을 만한 일"이라며 "나쁜 정책이 철회되는 것은 만세다"라고 언급했다.
결국 TACO는 트럼프 개인의 성격적 결함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 정치가 어떻게 퍼포먼스와 브랜딩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정책의 일관성보다는 미디어 노출과 화제성이 우선시되고, 비판조차 자신의 브랜드 스토리로 흡수하는 정치적 연금술이 작동하고 있다.
트럼프는 결국 정치를 하면서도 동시에 정치 마케팅으로 돈을 버는 대단한 마케터인 모양이다. 대통령직을 브랜딩 플랫폼으로, 정책 발표를 콘텐트츠마케팅으로, 심지어 조롱까지도 관심 경제의 연료로 활용하는 그의 능력은 가히 놀랍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이런 점은 나도 좀 배우고 싶다. 나는 트럼프처럼 돈은 많이 없지만. (그렇다고 뭐 더 많은 건 뭐 있나...) 결국 못 배울 것 같다. 서글프게도.
출처
- Trump Always Chickens Out - Wikipedia
- Opinion | Trolling Trump with 'TACO' meme is bad strategy for Democrats - The Washington Post
- TACO memes meaning: 'Trump always chickens out' on tariffs - Fast Company
- The internet is using TACO memes to call Trump a chicken and the results are hilarious - Yahoo
- #TACO Trade / Trump Always Chickens Out - Know Your Meme
- Donald Trump TACO Memes Explode Across the Internet - Newsweek
- Trump lashes out over viral 'TACO trade' meme. What does it stand for? - ABC News
- Trump's Meltdown Over 'TACO' Trade Spurs Wave of Chicken Memes - Latin Times
- Trump responds to Wall Street term '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 - CNN
- TACO Trump goes viral, as analyst confirms he does 'chicken out' - The New Daily
- Liberation Day tariffs - Wikipedia
- "Liberation Day" Tariffs Explained - CSIS
- Trump announces reciprocal tariffs on dozens of nations and sweeping 10% tariff - NPR
- Tariffs in the second Trump administration - Wikipedia
- Fact Sheet: President Donald J. Trump Declares National Emergency - The White House
- April 2, 2025: Liberation Day tariff announcements - CNN Business
- A timeline of Trump's tariff actions so far - PBS News
- Five key takeaways from Trump's 'Liberation Day' reciprocal tariffs - Al Jazeera
- Trump announces new tariffs on what he calls "Liberation Day" - CBS News
- Trump just massively escalated his trade war - CNN 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