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유예 사흘 만에 왜 이스라엘은 탕시리를 죽였나

이스라엘이 미국의 협상 유예 선언 사흘 만에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 탕시리를 사살했다. 브렌트유는 108달러 선으로 재급등했다. 골드만삭스는 3월 105달러, 4월 115달러를 전망한다. 미국은 15개 항 평화안을 이란에 전달했으나 이란은 거부했다. 양측 요구 조건의 간극은 크고, 종전 전망은 불분명하다.

이란 봉쇄로 멈춰선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빈 항로가 보이는 항공 촬영을 그린 AI 이미지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유조선을 상징하는 이미지. 이란의 봉쇄 이후 해협 통과 선박은 급감했다. ©RayLogue: AI-created image(Google Gemini)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3월 27일

2026년 3월 26일 새벽 3시(현지시간), 이스라엘군(IDF)이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Bandar Abbas)의 임시 해군 지휘본부를 공습했다.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가 타격 사실을 먼저 확인했으며 이후 IDF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 사령관 알리레자 탕시리(Alireza Tangsiri) 소장과 해군 정보부 수장 레자이를 포함한 수뇌부를 제거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탕시리는 2018년 8월부터 혁명수비대 해군을 지휘해왔다. 미국 재무부는 2019년 6월 그를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했으며 2024년에는 드론 개발 관련 추가 제재를 부과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Israel Katz)는 이번 작전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한 미국 노력을 돕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탕시리 사살 직후 이 사건이 "지역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고 평가하며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 개시 이후 이란 해군 대형 함선의 92%가 격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타이밍: 협상 유예 선언 사흘 만

이번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 시설 타격을 5일간 유예한다고 선언한 지 사흘 만에 이루어졌다. 트럼프는 3월 23일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이유로 에너지 시설 타격을 유예했다. 이란 외무부는 같은 날 "워싱턴과의 대화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트럼프는 3월 26일 에너지 시설 타격 유예를 4월 6일까지 10일 추가 연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협상이 진행 중이고 매우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 현황과 전망

3월 27일 오전 기준 브렌트유(Brent)는 배럴당 108달러 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4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3월 8일 100달러를 돌파한 뒤 이달 중 107~108달러대에서 거래됐으며, 트럼프의 유예 선언 직후 일시 하락했다가 탕시리 사살 소식에 재급등했다.

주요 투자은행 전망은 다음과 같다. 골드만삭스는 3월 브렌트유 평균을 105달러, 4월을 115달러로 상향 전망했다. 호르무즈 물동량이 4월 10일까지 정상의 5% 수준에 머문다면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UBS는 6월 말 90달러, 연말 85달러를 전망했다. 맥쿼리는 2026 회계연도 WTI 평균을 기존 58달러에서 83달러로 상향했다.

최악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도이치방크 연구원 마이클 슈(Michael Hsueh)는 이란이 기뢰와 대함 미사일로 호르무즈를 완전 봉쇄할 경우 브렌트유가 20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반대로 호르무즈가 한 달간 절반만 막히고 우회 파이프라인 여유 용량을 모두 활용할 경우 유가 상승분이 배럴당 4달러에 그칠 수 있다고 추산했다.

LNG 시장은 더 빠듯하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를 통한 LNG 흐름이 한 달간 완전히 막힐 경우 유럽 기준 천연가스 가격이 100유로/MWh를 초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이미 계약에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상황이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위기를 합친 것보다 심각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공급 차질이라고 규정했다.

협상 현황: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

미국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는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15개 항의 평화 프레임워크를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이 안에는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종료와 미사일 역량의 대폭 축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이란은 이 제안을 거부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Araghchi)는 "협상은 없다. 우호국을 통한 메시지 교환이 있을 뿐이며, 이것은 협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알자지라(Al Jazeera)에 따르면 이란이 제시한 종전 조건은 전쟁 배상금 지급, 중동 내 미군 기지 철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법적 통제권 인정, 대이란 제재 전면 해제다.

아라그치가 말한 우호국은 파키스탄, 이집트, 터키로 이 세 나라가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파키스탄 외무장관 이샤크 다르(Ishaq Dar)는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AP통신은 익명의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미국의 15개 항 제안 제출에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랜드연구소(RAND) 라파엘 코헨(Raphael Cohen) 선임 정치과학자는 "향후 몇 주 내 일종의 중단은 가능하지만, 지속적인 합의로 이어질지, 아니면 소모전이 되는 장기전이 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한국에 대한 영향

한국은 1차 에너지의 36.6%를 석유에 의존하며 수입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에 따르면 이 원유의 사실상 전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카타르와 UAE는 한국 LNG 수입의 14% 이상을 공급한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비상경제대책단을 구성하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보 측면에서는 미군 자산 재배치 문제가 불거졌다. 워싱턴포스트는 3월 10일 미 국방부가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일부 구성 요소를 중동으로 재배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이 자체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어 자산을 해외로 파견할 수 있다. 반대를 표명했으나 우리 입장을 완전히 관철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는 3월 26일 중국, 러시아, 인도, 이라크, 파키스탄 국적 선박에 한해 이란 당국과의 사전 조율을 조건으로 호르무즈 통과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 선적 선박은 이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실제 통항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이란 정부는 탕시리 사령관의 사망 여부에 대해 3월 27일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ray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