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할 수 없다고 합법은 아니다: 트럼프 이란 위협과 국제법의 공백
트럼프가 WSJ 인터뷰에서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다리"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다. 유엔 헌장 제2조 4항은 무력의 위협 자체를 금지하고, 로마 규정 제8조는 민간 시설 공격을 전쟁범죄로 규정한다. 법적 위반은 명백하다. 그런데 처벌은 왜 불가능한가. 그리고 처벌 불가능한 불법이 반복될 때 국제법은 어디로 가는가. 하지만 우리는 트럼프를 전범으로 취급해야 한다. 불행한 역사는 완전히 청산되지 않으면 반드시 반복하기 때문이다.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4월 6일
전력망을 볼모로: 8분 인터뷰가 남긴 것
2026년 4월 6일 새벽, 월스트리트저널(WSJ)에 8분짜리 인터뷰가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화요일 저녁까지 재개방하지 않으면 "전국의 모든 발전소와 다른 모든 시설들, 그리고 다리"를 무너뜨리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새벽, 그는 트루스소셜에 "OPEN THE FUCKIN' STRAIT"라고 올렸다. 인구 9,300만 명의 나라를 향해 전력망과 교통 기간망 전체를 파괴하겠다고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란은 2026년 3월 미-이스라엘 공습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대응했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의 봉쇄는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란의 이 선제 행위가 분쟁의 발화점이었다. 그러나 선제 도발이 있었다고 해서 이에 대한 대응이 모든 법적·윤리적 제약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 지점이 이 글의 핵심이다.
트럼프는 지금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것 아닌가? 질문은 직관적으로 정확하다. 그러나 정확한 질문이 항상 정확한 답을 바로 불러오지는 않는다. 이 글이 답하는 것은 두 가지다. 트럼프의 발언이 국제법을 위반하는가 그리고 그 위반이 왜 처벌받지 않는가. 이 글이 답하지 않는 것도 있다. 트럼프가 헤이그 법정에 서는 날이 올 것인가. 그것은 법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그리고 그 두 문제 사이의 공간이 오늘 세계가 직면한 가장 위험한 지대다.
불법이다: 군사법 전문가가 즉각 붙인 단어
WSJ은 이 발언을 보도하면서 즉각 미 해군 전쟁대학 명예교수이자 공군 법무관 출신인 마이클 슈미트(Michael Schmitt)의 말을 교차 편집했다. "민간 시설을 파괴해 적의 사기를 꺾거나 지도부의 생각을 바꾸려는 건 불법이다. 발전소를 폭격해서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없다." 군사법 전문가가 현직 대통령의 발언에 직접 '불법'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이다. 이것은 의견이 아니다. 국제인도법(IHL)의 조문에서 도출되는 법적 판단이다.
같은 기사에서 백악관 측근들은 즉각 다른 프레임을 내놨다. "이란의 특정 발전소들은 미사일, 드론, 핵 개발 능력에 기여하므로 공격이 허용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트럼프가 "모든 발전소"라고 말한 지 몇 시간 만에 참모들은 그것을 "군사적으로 기여하는 특정 시설"로 교정하려 했다. 이를 국제법에서는 사후 합법화(legal cover) 시도라고 부른다. 위법한 발언을 기정사실로 두고 법적으로 방어 가능한 외피를 사후에 덧씌우는 작업이다. 이렇게 곧바로 표현을 수정했다는 것이 오히려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발언 자체에 법적 문제가 있다고 내부에서 인식했다는 뜻이다.
분쟁은 이미 6주째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예상한 4~6주 단기전 시나리오는 틀렸다. F-15E 전투기가 격추됐고 1차 구조 시도는 실패했으며 MC-130J 특수작전기 두 대는 이란 땅에서 이륙하지 못한 채 폭파해야 했다. CNN의 전직 미국 중동 평화협상가 애런 데이비드 밀러(Aaron David Miller)는 이 전쟁을 "선택의 전쟁에서 필요의 전쟁으로 바뀐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 개의 조문: 유엔 헌장과 로마 규정이 말하는 것
국제법학자들이 이 상황을 분석할 때 반드시 언급하는 두 개의 조문이 있다. 하나는 유엔 헌장 제2조 4항이고, 다른 하나는 로마 규정(Rome Statute) 제8조다.
유엔 헌장 제2조 4항의 원문은 이렇다. "All Members shall refrain in their international relations from the threat or use of force against the territorial integrity or political independence of any state." 모든 회원국은 국제관계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적 완전성이나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무력의 위협 또는 사용을 삼가야 한다. 주목할 단어는 'threat'다. 무력의 사용이 아니라 위협만으로도 이 조항의 금지 대상이 된다. 이를 트럼프의 발언에 적용하면 결론은 단순하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강제하기 위해 이란의 민간 기간시설 파괴를 공개적으로 위협한 행위는 미국이 서명한 유엔 헌장 제2조 4항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이것은 국가 차원의 조약 위반이다.
로마 규정 제8조 제2항 (b)(ii)는 전쟁범죄를 이렇게 정의한다. "Intentionally directing attacks against civilian objects, that is, objects which are not military objectives." 민간 시설을 고의로 공격 목표로 삼는 행위가 전쟁범죄다. 제네바 협약 제1추가의정서(AP I) 제51조는 이를 더 구체화해, "명확히 분리된 다수의 군사 목표물을 단일 목표물로 취급하는 포격"을 무차별 공격으로 규정한다. AP I 제51조 2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민간인에게 공포를 확산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폭력 행위 또는 위협"을 명시적으로 금지한다. 이를 트럼프 발언에 적용하면 "모든 발전소"라는 표현은 개별 군사 시설을 특정하지 않고 국가 전체의 민간 전력망을 단일 표적으로 취급한 것이며 AP I 제51조와 로마 규정 제8조가 정의하는 무차별 공격의 교과서적 사례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트럼프를 헤이그 법정에 세울 수 있는가. 여기서 국제법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로마 규정은 ICC 관할권을 ① 당사국 영토에서 발생한 범죄, ② 당사국 국적자가 저지른 범죄, ③ 안보리가 회부한 경우로 한정한다. 미국은 로마 규정 비준국이 아니고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갖는다. ICC의 직접 기소는 현실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국가 차원의 조약 위반과 개인의 형사 책임은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다른 길 위에 있다.
처벌 불가능 ≠ 합법: 가장 위험한 등호
그렇다면 이 발언은 처벌받지 않는 발언인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 사안의 가장 위험한 지점이다.
처벌 불가능과 법적 무결함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처벌받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이 합법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고 처벌 불가능한 불법 행위가 반복될 때 법은 규범이 아니라 허구가 된다. 국제법의 역사는 정확히 이 허구화 과정의 반복으로 점철되어 있다.
설계된 공백: 강대국이 스스로 만든 면죄부
이 사태의 핵심은 트럼프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국제형사법의 설계는 처음부터 비대칭적이었다. ICC는 안보리 상임이사국(P5)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의 국적자를 사실상 관할권 밖에 두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미국, 러시아, 중국은 로마 규정을 비준하지 않았다. 설령 안보리가 회부를 시도해도 이들 국가는 거부권을 행사한다. 이것은 법의 실패가 아니라 법 설계 당시부터 강대국의 압력으로 내장된 구조적 공백이다. 뉘른베르크 재판은 연합국 4개국(미, 영, 프, 소)이 공동으로 국제군사재판소를 설립하고 직접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독일이 패전해 주권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유고슬라비아 전범 재판소가 작동한 것은 미국과 NATO가 물리적으로 개입해 피의자를 신병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대국의 현직 지도자에게 동일한 메커니즘은 작동하지 않는다.
이 구조적 공백은 군 내부에서도 긴장을 만들어낸다. 미국의 교전수칙(Rules of Engagement)은 관습국제법에 기반한 IHL 원칙들을 준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미국은 AP I를 비준하지 않았지만 역대 미국 정부는 구별의 원칙과 비례성 원칙이 관습국제법으로 자국에도 적용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유지해왔다. 트럼프의 "모든 발전소" 명령이 실제 교전수칙으로 하달된다면 현장 지휘관들은 불법 명령 거부 의무와 최고통수권자의 명령 사이에서 법적 딜레마에 빠진다. 백악관 참모들이 몇 시간 만에 "특정 시설" 프레임으로 발언을 교정하려 한 것은 이 내부 긴장을 의식한 행동이기도 하다.
대서양 동맹도 흔들린다. 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이란 전쟁을 겪으면서 유럽 지도자들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전쟁 발발 당시보다 훨씬 커졌다고 말했으며 NATO 탈퇴를 고려하기도 했다. 유럽 지도자들이 이 전쟁을 "불법적이고 무모한 전쟁"으로 규정하는 배경에는 9,300만 명의 민간인 기간시설을 협상 볼모로 삼는 이 방식에 대한 근본적 거부감이 있다.
저널리즘의 역할: 완고한 사실을 지키는 것
법적 처벌 불가능성이 도덕적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위협의 반복이 실제 폭력으로 전이되는 임계점은 반드시 존재한다. 국제법은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가 말한 완고한 사실(stubborn facts)을 기반으로 구축된다. 뭐라고 해석하든 변하지 않는 사실들.
지금 이 사태에서 그 완고한 사실은 이것이다. 9,300만 명이 사는 나라의 전력망 전체를 협상 카드로 삼는 것은 법이 그것을 즉각 처벌할 수 있든 없든 문명이 지켜온 선의 저편에 있다. 그 선이 반복적으로 넘어질 때 다음 지도자는 더 쉽게 더 멀리 넘어설 것이다. WSJ이 마이클 슈미트의 발언을 즉각 편집에 넣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권력의 언어를 규범의 도마 위에 올려놓는 것, 지금 저널리즘이 할 수 있는 가장 작고 가장 필수적인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