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이 아니라 구속이다: 한국이 트럼프를 믿을 수 없는 이유
트럼프는 한국에 방위비 400~500% 인상을 요구했고, 합의된 무역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며, 조지아 현대 공장의 한국인 엔지니어 317명을 쇠사슬로 묶어 추방했다. 그리고 2026년 3월, 한국이 중국의 경제 보복을 감수하며 받아들인 사드를 자신의 이란 전쟁에 가져갔다. 전직 주한 미국대사 제임스 레이니가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한국이 스스로의 조건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까지, 이것이 즉흥적인 행위가 아닌 구조적 패턴임을 공개 발언한 미국인은 거의 없었다.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4월 7일
75년 동맹의 방파제가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핵이 아니다. 워싱턴이다.
2025년 9월 4일 새벽,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 현대-LG 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설비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그때 무장한 연방 요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475명이 현장에서 체포되었는데 그 중 317명은 한국 국적의 고숙련 엔지니어들이었다. 그들은 손목, 발목, 가슴에 쇠사슬을 찬 채 TV 생중계에 등장했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자랑스럽게 "국토안보수사국(HSI) 역사상 단일 현장 최대 단속 작전"이라고 선언한 이 장면을 서울에서 지켜본 한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ABC News, 2025.11).
이 엔지니어들은 트럼프가 수도 없이 약속한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현대는 조지아 공장 건설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했고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의 일부로 그 공장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그들을 체포했다. 그것도 생중계로. 이것이 출발점이다. 트럼프가 한미 동맹에 눈에 보이도록 금을 내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의 한국 요구 목록: 청구서는 계속 불어났다
동맹은 원래 서로 주고 받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한미 관계는 처음부터 일방 청구서였다. 요구한 항목들을 순서대로 보면 이 관계의 구조가 드러난다.
먼저 방위비 분담금(SMA)은 400% 인상 요구에서 시작했다. 트럼프 1기 당시 미국 협상팀의 최초 지침은 이른바 "cost plus 50%"였고, 이는 곧 400~500% 인상 요구로 확대되었다(FactCheck.org, 2023). 당시 한국이 부담하던 약 1조 원을 5조 원으로 올리라는 것이었다. 한국이 거부하자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트럼프는 퇴임할 때까지 해결하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타결한 협상 결과는 2026년 1조 5,200억 원(약 11억 4,000만 달러)으로 이전 대비 8.3% 인상에 그쳤다(Radio Free Asia, 2024).
그러나 트럼프 2기가 시작되자 이 합의는 다시 흔들렸다. 트럼프는 2025년 4월 8일 트루스소셜에 "원스톱 쇼핑(One-Stop Shopping)"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무역 협상과 방위비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협상하겠다는 것이었다. 서울대 황지환 국제관계학 교수가 지적했듯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체결한 5년짜리 협정을 뒤집으려는 이 시도는 동맹을 거래로 바꾸는 것을 의미했다(Stars and Stripes, 2025.04).
그 다음은 합의를 지키지 않은 관세였다. 2025년 7월 미국과 한국은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한국은 그 대가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Carnegie Endowment, 2025.08). 그러나 2026년 1월 26일, 트럼프는 한국 국회가 무역 협정을 비준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관세를 다시 25%로 올렸다(Al Jazeera, 2026.01). 국회의 입법 일정을 행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것을 협정 파기의 근거로 삼았다.
그리고 해군을 파견하라고 요구했다. 자신이 일으킨 침략 전쟁에 동맹을 끌어들이려 한 것이다. 2026년 3월 14일,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에 호르무 해협으로 함정을 파견하라고 공개 요청했다(The Diplomat, 2026.03). 한국의 입장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석유 수입의 70%가 통과하는 생명선이지만 이란 전쟁은 한국이 선택한 것도 협의한 것도 아니었다. 동맹과 사전 협의 없이 전쟁을 시작하고 그 비용을 동맹에게 청구하는 못된 버릇, 이것은 동맹관계에 칼을 들어 내리치는 것과 다름아니다.
사드의 역설: 한국이 치른 대가는 누가 기억하는가
이 맥락에서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재배치 문제는 다시 한 번 신뢰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군은 2026년 3월 초, 한국에 배치된 사드 시스템의 일부를 이란 전쟁이 진행 중인 중동으로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은 워싱턴포스트가 2026년 3월 10일 최초 보도했고 한국 이재명 대통령은 내각 회의에서 "우리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완전히 관철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Stars and Stripes, 2026.03).
이 장면을 이해하려면 2017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해 한국은 미국의 요청을 수용해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했다. 중국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고 한국 기업들에 대한 광범위한 경제 보복을 가했다. 롯데는 중국 매장을 철수해야 했고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Foreign Policy, 2026.04). 그때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한국을 위해 중국 보복에 맞서 무엇을 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국은 동맹을 위해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며 사드를 받아들였다(뭐 솔직히 당시 대통령이 그런 걸 주장했을 깜냥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9년 후, 미국은 그 사드를 자신의 전쟁을 위해 가져갔다. 이것이 동맹이라면, 그 동맹은 철저하게 미국의 필요에 의해 설계된 것이다.
전쟁 과정에서 미국은 사드를 꽤 많이 사용했다. 미사일방어옹호연맹(MDAA) 창설자 리키 엘리슨(Riki Ellison)은 이란 전쟁에서 사드 레이더가 이란 드론에 의해 손상되었다고 밝혔다. 미국 육군이 전 세계에 보유한 사드 포대는 10개 미만이다(Stars and Stripes, 2026.03). 재고가 소진된 무기 시스템이 한국으로 온전히 복귀할 가능성은 낮고 설령 돌아온다 해도 원래 상태를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2004년 이라크에 파견된 주한미군 보병여단이 끝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전례는 그냥 역사 기록이 아니다(Irish Times, 2026.03).

쇠사슬로 묶인 엔지니어들: 투자와 신뢰는 동시에 철수했다
다시 조지아 공장으로 돌아오자. 이 사건이 왜 중요한가.
트럼프는 집권 이후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미국의 위대한 부흥"의 증거로 활용했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서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LG의 조지아 배터리 공장은 완공 시 8,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었다(ABC News, 2025.11).
그런데 2025년 9월 4일 ICE(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체포된 한국인들 중 절반 이상은 비자 면제 프로그램(ESTA)이나 B-1 비즈니스 비자로 입국한 이들이었다. 비자가 불분명한 회색지대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법 집행이 아닌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미국 국무부가 이후 이들의 B-1 비자를 복구해 준 것 자체가 그 비자가 적법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ABC News, 2025.11).
트럼프는 처음에 "그들은 불법으로 있었다"고 단속을 정당화했다가 두 달 후 방한해서는 "나는 그들이 쫓겨나는 것에 반대했다"고 말을 바꿨다. 동일한 사건에 대한 상반된 공식 입장이다. 누가 봐도 대답을 회피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서울 미국대사관에 항의가 쇄도하는 동안,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한국 외무장관의 면담 후 국무부가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에는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줄도 없었다(NBC News / MSNBC, 2025.09). 동맹 관리의 기본도 없다는 신호였다.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무역 전문가 콜린 그라보우(Colin Grabow)는 이 사건이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투자 유입에 억제 효과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단속 이후 한국 기업들의 미국 임직원 파견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자본은 안전한 곳으로 간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 아닌가.
98세 전직 대사가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2026년 3월 5일, 클린턴 1기 당시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제임스 레이니(James Laney)가 퍼시픽센추리연구소(Pacific Century Institute) 시상식에서 이례적으로 냉혹한 발언을 남겼다. 레이니는 고령으로 인해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고 딸들이 대신 상을 받았다. 문재인 전대통령을 포함한 청중 앞에서 상영된 영상에서,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의 보도에 따르면 레이니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일방적으로 그 다리[한미동맹]를 도개교로 만들었다. 여닫는 통제권은 오직 미국 쪽에 있다. 다리가 내려가 있을 때조차 미국 대통령의 변덕에 따라 관세라는 관문이 통제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슬픈 말이지만, 이런 말을 해야 할 줄은 몰랐다. 나는 한국이 스스로의 미래를 스스로의 조건으로 설계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Foreign Policy, 2026.04 / NCNK 행사 보도 참고).
레이니는 1947년 미군 방첩대(Counterintelligence Corps) 소속으로 한국에 처음 왔다. 1959년에는 감리교 선교사로 돌아왔고 세 딸 중 두 명이 한국에서 태어났다. 에모리대 총장을 지내고 1993년부터 1996년 초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하며 1994년 북한 핵위기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의 명문대 연세대에는 그의 이름을 딴 석좌교수직과 강연 시리즈가 있다(미국 국무부 외교관 기록).
이 사람이 이런 발언을 공개 행사에서 녹화로 남겼다. 이것은 한국 내 반미 감정이 아니다. 미국 스스로, 미국의 가장 충직한 지지자가 동맹의 구조적 파탄을 선언한 것이다.
포린 폴리시의 기고자 S. 네이선 박(S. Nathan Park)은 이렇게 썼다: "워싱턴은 오랫동안 서울이 동맹에서 이탈할 여유가 없다고 오만하게 가정해 왔다. 미국이 한국 없이 감당할 수 있는지를 물었어야 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원자력, 첨단 조선업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려는 바로 그 분야들에서 한국은 미국이 갖지 못한 기술과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 미국은 모르지만 한국을 잃는 비용이 미국이 계산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구조의 문제: 신뢰가 아니라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한미동맹을 이 시점에서 지탱하는 것은 무엇인가. 감정적인 유대나 역사적 부채 의식이 아니다. 한국이 직면한 북한의 핵 위협이라는 현실적 안보 필요다.
그러나 이것조차 단순하지 않게 되었다. 2026년 3월, 북한은 핵 탑재 가능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했다. 덴버대학 연구자들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동시에 공격을 감행한 전례는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University of Denver, 2026.04).
채텀하우스(Chatham House)는 사드 재배치가 "미국이 인도-태평양 공약보다 중동 작전을 우선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동아시아 동맹들에게 보낸다고 분석했다(Chatham House, 2026.03). 이미 2025년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76.2%가 자체 핵무장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아산연구원이 이 문제를 추적하기 시작한 2010년 이래 역대 최고치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이 핵무기로 한국을 방어해 줄 것이라는 신뢰는 48.9%로 전년 대비 4.1%포인트 하락했다(아산정책연구원, 2025.04). 이 수치는 이란 전쟁 이전에 나온 것이다.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미국의 핵우산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의 신뢰성이 흔들리면 한국 내 자체 핵무장 논의가 현실 정치의 의제로 들어온다. 수치가 이미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WSJ의 기사에서 한국외국어대학교(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매슨 리치(Mason Richey) 교수가 말했듯, 한국은 "미국이 한국의 선언된 가치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 불량 행위자(rogue actor)"라고 인식하면서도 "자국 안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모순에 처해 있다.
이 모순이야말로 한국의 현재 위치다. 믿을 수 없지만 덜컥 이탈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것은 동맹이 아니다. 구속이다. 그리고 한국인은 지난 내란수괴 정권을 탄핵하면서도 드러났지만 구속을 싫어한다. / raylogue
FAQ
Q1. 트럼프는 한국에 방위비를 얼마나 올리라고 요구했는가?
트럼프 1기 당시 미국 협상팀의 최초 지침은 "cost plus 50%"였고, 이는 곧 400~500% 인상 요구로 확대되었다. 당시 한국이 부담하던 약 1조 원을 5조 원으로 올리라는 것이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타결한 협상은 2026년 기준 1조 5,200억 원(약 11억 4,000만 달러)으로, 8.3% 인상에 그쳤다. 트럼프 2기에서는 무역 협상과 방위비를 하나로 묶는 "원스톱 쇼핑" 방식을 제시하며 재협상 압박을 재개했다.
Q2. 트럼프가 한국과의 관세 합의를 파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2025년 7월 한미 양국은 관세를 15%로 낮추는 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2026년 1월 27일 트럼프는 한국 국회가 협정을 비준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관세를 다시 25%로 일방 인상했다. 국회의 입법 일정은 행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협정 이행의 구조적 불가능성을 파기 근거로 활용한 것이다.
Q3. 조지아 현대 공장 ICE 단속이 한미관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2025년 9월 4일 ICE는 조지아주 현대-LG 에너지솔루션 공장을 급습해 475명을 체포했고, 그 중 317명이 한국 국적의 엔지니어들이었다. 이들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일환으로 공장을 건설 중이었다. 단속 이후 한국 기업들의 미국 임직원 파견이 위축되기 시작했고, 트럼프는 단속 직후 결과를 정당화했다가 두 달 후 "나는 반대였다"고 번복했다. 동일 사건에 대한 상반된 공식 입장은 정책 신뢰성 문제를 직접 노출했다.
Q4. THAAD 중동 재배치가 한국 안보에 미치는 함의는 무엇인가?
미군은 2026년 3월 초, 한국에 배치된 THAAD 시스템 일부를 이란 전쟁이 진행 중인 중동으로 재배치했다. 한국은 2017년 THAAD 배치 당시 중국의 광범위한 경제 보복을 감수했으나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방어도 받지 못했다. 9년 후 미국은 그 THAAD를 한국 동의 없이 가져갔다. 전문가들은 미군 보유 THAAD 포대 수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미사일 방어 공백의 실질적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Q5. 한미동맹은 현재 어떤 구조적 모순에 처해 있는가?
한국외국어대학교 매슨 리치 교수의 표현처럼, 한국은 미국을 "선언된 가치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 불량 행위자"로 인식하면서도 북한 핵 위협이라는 현실적 안보 필요 때문에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모순에 처해 있다. 전직 주한 미국대사 제임스 레이니는 2026년 3월 "한국이 스스로의 미래를 스스로의 조건으로 설계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뢰할 수 없지만 이탈할 수도 없는 이 구조는 동맹이 아니라 구속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