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마련부터 노동의욕까지: 할머니와 함께 하는 기본소득 이야기
기본소득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70대 할머니와 손주의 대화로 풀어낸 균형 잡힌 분석. 연간 200조원 재원 마련의 현실성, 핀란드 실험의 한계, 노동의욕 저하 우려까지 솔직하게 다룬다. 이상적 정책과 현실적 제약 사이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진정한 소통을 시도한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제가 기본소득 이야기를 드렸을 때, 할머니는 "아니, 왜 부자들한테까지 돈을 주냐?"라고 하시면서 못마땅해하셨지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그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좀 더 알아보고 오늘은 할머니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기본소득이 무엇인지부터 말씀드릴게요
기본소득이라는 것은 나라가 국민 모두에게 나이, 재산, 직업과 상관없이 매달 일정한 돈을 주는 제도예요. 마치 집집마다 전기세 쿠폰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현금을 그냥 다 나눠주는 것과 비슷해요. 그 돈은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고요.
지금 할머니가 받으시는 기초연금에는 '노인'이라는 조건이 있고, 기초생활보장은 가난한 사람만 받을 수 있지요. 기본소득은 그런 조건을 없애고 모두에게 똑같이 주자는 거예요.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야 할 것들이 있어요
1. 돈은 정말 어디서 나올까요?
이게 가장 큰 문제예요. 전 국민에게 월 30만원만 줘도 연간 약 200조원이 필요해요. 작년 우리나라 전체 예산이 558조원인데, 그 중 36%가 기본소득으로 나가는 거죠.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행정비용이 줄어들고, 세금을 더 걷으면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증세가 불가피해요. 한 연구에 따르면, 연소득 약 8천만원 이상부터는 내는 세금이 받는 기본소득보다 많아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어요. 고소득자들이 정말 그만큼의 세금을 기꺼이 낼까요?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사람들이 "기본소득 반대"로 돌아서거나 심지어 다른 나라로 이주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결국 중산층의 부담만 더 커질 수 있습니다.
2. 정말 일할 의욕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핀란드에서 2017-2018년에 실업자 2천명에게 기본소득 실험을 했어요. 결과는 복잡했습니다.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더 구하지도 덜 구하지도 않았어요. 다만 받은 사람들은 확실히 더 행복해했다고 하더라고요.
문제는 이것이 2년간의 짧은 실험이고, 실업자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거예요. 평생 받는다는 보장이 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할머니 세대의 우려가 틀렸다고 단정할 수 없어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 근로의욕 저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결국 근로장려세제(일하는 사람에게만 세금을 돌려주는 제도)로 방향을 바꿨거든요.
3. 기존 복지와 어떻게 조화시킬까요?
할머니가 지금 받으시는 기초연금이나 다른 복지 혜택들과 기본소득을 어떻게 맞춰갈지도 정말 복잡한 문제예요.
기본소득을 도입하면서 다른 복지를 그대로 둔다면 예산이 감당이 안 될 거고 기본소득을 주고 다른 복지를 줄인다면 어떤 분들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거든요. 특히 지금 많은 혜택을 받고 계신 저소득층이나 장애인분들은 더 어려워질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올까요?
할머니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가 불안정해요. 정규직도 줄어들고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앞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이 더 발달하면 일자리가 더 줄어들 수도 있고요.
특히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기존 복지 시스템으로는 빠르게 도움을 주기가 어려웠어요. 반면 재난기본소득은 빠르게 모든 사람에게 지급할 수 있었죠.
그래서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해주자"는 생각이 나온 거예요. 마치 예전에 마을에서 흉년이 들면 곡간을 털어서라도 굶는 사람이 없게 했던 것처럼요.
또한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미래 사회에는 일의 개념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말해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창작이나 봉사, 돌봄 같은 일들이 더 중요해질 텐데, 이런 일들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니까 기본소득으로 뒷받침해주자는 거죠.
할머니, 제 솔직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저는 기본소득이 완벽한 해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특히 돈을 어디서 마련할지와 정말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한 답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할머니 말씀처럼 부자에게도 주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받는 제도여야 차별도, 복잡한 서류 작업도, 눈치 보는 일도 없어지거든요. 그리고 중산층도 함께 혜택을 받아야 이 제도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를 놓고 우리가 함께 고민해보는 것 같아요. 할머니가 평생 겪어오신 경험과 지혜가 이런 논의에 정말 필요하거든요. 특히 "공짜는 없다"는 할머니 세대의 현실감각이 이런 이상적인 정책에 꼭 필요한 균형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한국에서도 이 제도를 더 진지하게 논의할 것 같아요. 어쩌면 작은 규모로 실험부터 시작할 수도 있고요. 저도 더 공부해보고, 할머니와 또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할머니의 의견이 저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거든요.
늘 건강하시고, 또 이야기 나누어요.
P.S. 이번에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완벽한 답은 없지만, 함께 고민해보면 좋은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