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Action Plan의 이면: 한국의 기회와 도전, 선택
미국 백악관의 AI 행동 계획이 'AI 냉전'의 서막을 알리는 가운데, 한국은 이미 한 달 앞서 독자 AI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기술 주권과 경제 안보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반도체 강국에서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분석한다.

AI 패권 경쟁의 서막, 한국은 어디에 서야 하는가
2025년 7월 23일, 미국 백악관이 발표한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미국의 AI 행동 계획"은 단순한 정책 문서가 아닌 글로벌 기술 질서를 재편할 중대한 선언이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따라 발표된 이 계획은 혁신 가속화, 미국 AI 인프라 구축, 국제 외교 및 안보 분야의 리더십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90개 이상의 연방 정책을 제시한다.
대한민국에게 있어 이 계획은 우리의 기술 주권, 경제 안보,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일으킨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에서 반도체 강국으로서 입지를 다져온 한국은 이제 새로운 기로에 서 있다.
국제적 맥락: 'AI 냉전'의 서막과 한국의 '샌드위치 신세'
미국의 AI 행동 계획은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AI 분야에서 더욱 심화될 것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AI 경쟁에서 승리"라는 표현은 AI를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적 지배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중국이 2030년까지 AI 분야 세계 1위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번 계획은 사실상 AI 냉전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 AI 수출" 정책이다. 미국은 하드웨어, 모델,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표준을 포함한 "전체 스택 AI 수출 패키지"를 "친구와 동맹국"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인프라를 수출하는 것과 유사한 접근법으로 동맹국들을 미국 중심의 AI 기술 생태계에 깊숙이 편입시켜 중국의 AI 기술 확산을 견제하려는 전략입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는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대규모 글로벌 인프라 투자 전략이다. '일대'(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일로'(중국 연안에서 인도양-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약 150여 개국을 철도, 도로, 항만, 통신망 등 물리적 인프라로 연결해 중국 중심의 무역·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은 이 지점에서 복잡한 처지가 된다.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바탕으로 미국의 최첨단 AI 기술과 인프라에 우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美 반도체법'과 'AI 칩 수출 통제' 등 미국의 기술 패권 정책이 시행된 이후 국내 대기업들이 중국과의 반도체 거래, AI 협업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전례가 있다.
미국의 AI 블록화가 심화될수록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더욱 어려운 줄타기 외교를 펼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선택을 넘어 국가의 외교적, 경제적 독립성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 기회와 도전의 이중주
미국의 "데이터 센터 및 반도체 공장의 신속한 구축 촉진" 정책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AI 모델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시장 확대의 주요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특히 HBM(High Bandwidth Memory)과 같은 AI 전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이미 앞장서 있다. 미국의 AI 인프라 확장은 이러한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수요를 더욱 증가시킬 것이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의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 강화 노력은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에 도전이 된다. 미국의 CHIPS Act와 연계된 이번 AI 행동 계획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기반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며 이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현지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더욱이 기술 동맹이라는 명목 하에 미국의 특정 기술 표준이나 공급망 요구사항에 더욱 종속될 위험도 존재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AI 인프라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자체 기술 경쟁력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미묘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는 것이다.
한국 AI 기술 생태계에 미칠 영향: 도약의 기회인가, 종속의 위험인가
한국의 AI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들은 미국의 AI 기술 수출 정책을 통해 최첨단 AI 모델과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는 한국의 AI 생태계 발전에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컨대 네이버, 카카오, LG AI연구원 등 한국의 주요 AI 기업들은 미국의 AI 기술과의 협력을 통해 자사의 AI 모델과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겠다. 특히 한국어 자연어 처리나 K-컬처 관련 AI 서비스 분야에서는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응용 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한국의 강력한 게임,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 산업은 AI 기술의 실제 적용과 상용화에 있어 중요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단순히 AI 기술의 수입국이 아닌 AI 서비스 혁신의 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이 "전체 스택 AI 수출 패키지"를 동맹국에 제공하겠다는 것은 한국이 자체적인 초거대 AI 모델이나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에 간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평소 행태로 보아 우리에게 좋은 정책만 실행할 이유는 없다. 이미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LLM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독자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국의 AI 스택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한국 기업들은 이에 대한 종속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기술 주권 확보에 위험 요소가 된다.
사회적 맥락에서의 영향: 일자리, 규제, 그리고 '자유로운 표현'의 딜레마
미국의 AI 행동 계획은 AI가 "인류 번영, 경제적 경쟁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며 데이터 센터 및 반도체 공장 건설을 통해 "전기기사 및 냉난방 기술자와 같은 수요가 높은 직종"을 창출하겠다고 한다. 한국 역시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에서의 고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면 국내에서는 전기·전자,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분야의 인력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AI로 인한 자동화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 역시 AI 기술 도입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와 고용 충격에 대비해야 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재교육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한편 가장 주목해야 할 사회적 측면은 "최첨단 모델에서의 자유로운 표현 보장" 조항이다. 트럼프 정부는 "객관적이고 상향식 이념 편향이 없는" 대형 언어 모델 개발자와만 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AI의 중립성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객관성과 이념 편향 없음의 기준은 누가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처럼 트럼프의 위선을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미국의 방침은 한국의 AI 개발자들에게도 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의 AI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미국 기업과 협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해야 할 것이며, 이는 한국 내에서 개발되는 AI 모델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저해하고 특정 사상이나 이념적 편향에 대한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미국의 "번거로운 규제 제거"를 통한 혁신 가속화 정책은 한국의 AI 규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 AI 윤리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신중한 AI 규제 접근법을 취해왔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규제 완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편향, AI 윤리 등 기존에 한국이 강조해온 사회적 가치와 충돌한다.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향: 기회는 살리고 위험은 최소화하기
미국의 AI 행동 계획에 직면한 한국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모든 AI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선두를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국은 강점을 가진 반도체, 특정 산업 특화 AI, 로봇, 자율주행 등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핵심 기술의 국산화 및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특히 초거대 AI 모델 개발과 관련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협력을 장려하고, 독자적인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
둘째, 균형 잡힌 'AI 외교'를 펼쳐야 한다. 미국과 AI 기술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며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는 유연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특정 국가에 대한 기술적 종속을 피하고 우리의 기술적 선택지를 넓히는 데 꼭 필요한 전략이다. 중국, EU 등과의 기술 협력도 병행하면서 AI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코리아 포지션'을 확실히 정립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선제적인 AI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의 규제 완화 기조를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AI 윤리, 안전, 투명성, 책임성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국형 AI 규제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AI의 신뢰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AI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AI 인재 양성 및 유치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내란수괴 정권의 무지한 과학기술 정책으로 수많은 인력을 외국에 유출시키고 말았다. 이미 세계는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인재 전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거의 광기에 가깝다고 할 정도인 메타의 인력 확보 행태 이후 빅 AI 기업에는 인재를 지키기 위한 비상 경보가 내려졌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은 국내 AI 인재 양성 시스템을 강화하고 국내에서 AI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일할 수 있는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초중등 교육부터 대학, 직업 훈련에 이르기까지 AI 교육을 강화하고 이미 해외로 유출된 인재와 또다른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트럼프 정부의 AI 행동 계획은 한국에게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한다. 한미 동맹의 틀 안에서 미국의 첨단 AI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기술 주권, 그리고 독자적 AI 생태계 구축이라는 복합적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주목할 점은 한국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2025년 6월 20일 공고)가 미국의 AI 행동 계획(2025년 7월 23일 발표)보다 약 한 달 먼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정책에 수동적으로 반응한 것이 아니라, AI 기술 주권의 중요성을 선제적으로 인식하고 독립적인 전략적 판단에 따라 움직였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전체 스택 AI 수출 패키지"를 통해 동맹국들을 자국 기술 생태계에 편입시키려는 전략을 발표한 것은 한국의 독자 AI 모델 개발이 얼마나 시의적절하고 필수적인 선택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특히 한국 프로젝트가 오픈소스를 지향하고 무빙타깃 평가 방식을 도입한 것은, 미국의 폐쇄적 기술 패권 전략과 대비되는 현명한 접근이다. 한국이 팀당 최대 1000장의 GPU 지원, 연간 100억 원의 데이터 공동구매 등 구체적인 자원을 투입하며 2027년까지 국가대표 AI 모델을 선정하겠다는 계획은, 미국의 기술 종속 압력에 맞서 독자적 AI 주권을 확보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국가적 의지 표현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한국만의 독창적인 AI 발전 경로를 모색하는 것이. 반도체, 5G, 디지털 콘텐츠 등 한국의 기존 강점 분야와 AI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경쟁 우위를 창출하고 AI 기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함께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AI 발전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AI 행동 계획은 한국에게 단순히 기술적 도전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AI 시대의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가 되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이런 시기에 미국의 AI 행동 계획은 더욱 절실한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 기업,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AI 강국 대한민국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담대한 전략과 과감한 투자를 실행해야 할 때다. 너무도 뻔한 말이지만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