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AI로 만든 결말, 저작권은 누구의 것인가

MLB 선수협회는 AI 아바타 기업 젠이스와 단체 협약을 체결했다. 선수의 AI 아바타와 캐릭터는 선수가 잠든 시간에도 돈을 벌어 준다. 드라마 팬의 24%가 AI로 드라마 결말을 공동창작하고 싶다고 답했다. 팬이 IP(지식재산권)의 수용자 위치에서 벗어나 창작의 공동주체가 되겠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법원은 아직 누가 저작권의 주인공인지 판정하지 못했다. 팬이 AI로 만든 결말의 소유권은 IP 보유자, AI 기업, 팬 중 누구에게도 명확히 귀속되지 않는다.

황혼 무렵 공증 사무소에 빈 의자 세 개가 놓인 긴 테이블 위, 서명선이 번진 계약서와 멈춘 시계, 흐르는 모래시계가 함께 놓인 장면.
세 의자는 비어 있고, 계약서는 날인되지 않았다. ©RayLogue: AI-created image(Google Gemini)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4월 8일

2026년 2월 5일, MLB Players Inc.(미국 메이저리그 선수협회 사업 조직)는 AI 아바타 기업 젠이스(Genies)와 단체 협약을 체결했다. ESPN 보도에 따르면 협약은 기존 단체 라이선스 구조를 그대로 적용해 현역 전체 선수를 포함한다. 각 선수의 목소리와 관심사를 반영한 AI 캐릭터가 팬과 채팅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채팅 이용료를 받고 디지털 상품으로도 돈을 번다. 선수는 잠든 뒤에도 시즌이 끝난 뒤에도 어쩌면 은퇴한 뒤에도 AI 캐릭터로 팬덤 안에서 계속 말할 것이다.

같은 달 발간된 딜로이트(Deloitte)의 2026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 보고서는 미국 소비자 3,575명을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팬의 24%가 AI와 함께 드라마나 영화의 대안 결말을 공동창작하고 싶다고 답했다. 32%의 스포츠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과 선수 중심의 개인화 하이라이트 릴과 해설을 원한다고 했다. 팬이 IP(지식재산권)의 수용자 위치에서 벗어나 창작의 공동주체가 되겠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한 달 뒤인 2026년 3월 2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AI 저작권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하기를 거부했다. [사실] 스티븐 탈러(Stephen Thaler)가 제기한 상고 신청을 심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DC 항소법원은 이미 "인간 저작(human authorship)은 저작권의 기반 요건"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지 않았다. AI 단독으로는 저작권을 가질 수 없다. 이것이 현재 미국 법의 입장이다. 선수협회가 AI 캐릭터 협약에 서명하고, 팬들이 AI 공동창작의 욕망을 숫자로 드러내는 동안, 법은 그 창작물의 소유권에 관해 침묵하거나 부재하다.

그렇다면 팬이 AI로 만든 드라마 대안 결말은 누구의 것인가?

세 개의 빈 의자

법철학자 허버트 하트(H.L.A. Hart)는 법의 개방적 구조(open texture)를 말했다. 규칙은 핵심 사례에는 명확하지만 주변 사례에서는 불확정적이다. AI 팬덤 공동창작은 지금 그 불확정 지대 한가운데 서 있다. 소유권 분쟁의 테이블에는 세 개의 의자가 있다. 원작 IP 보유자, AI 서비스 기업, 그리고 팬. 세 의자 모두 비어 있거나 세 곳 모두가 동시에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첫 번째 의자: 원작 IP 보유자. 2026년 3월 현재, 디즈니, 루카스필름, 마블은 미드저니(Midjourney)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Norton Rose Fulbright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가 자신들의 캐릭터를 학습에 사용하고 파생 이미지를 생성해 공개적으로 유통한다고 주장한다. 팬이 미드저니로 아이언맨의 대안 결말을 그린다면 마블은 무슨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현재의 법 체계에서 마블의 주장은 강력하다. 그러나 팬이 아이언맨 이야기를 써온 수십 년의 역사, 흔히들 팬픽션, 팬아트, 동호회지 같은 것들은 마블이 묵인하거나 때로 장려해온 것도 사실이다.

두 번째 의자: AI 서비스 기업. 미국 저작권청은 2025년 공식 지침을 통해 "단순한 프롬프트에서 생성된 이미지나 텍스트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반면 상당한 인간 창작 지시가 포함된 경우 인간 기여 부분은 보호될 수 있다고 했다. AI 기업들은 이 틈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서비스 이용약관에는 "이용자가 생성한 결과물의 권리는 이용자에게 있다"고 쓰여 있지만 그 결과물이 다시 학습 데이터로 활용될 가능성은 약관 어딘가에 묻혀 있다.

세 번째 의자: 팬. 팬덤은 오랫동안 '증여 경제(gift economy)'로 작동해왔다. 미디어 연구자 에바 리(Eva Cheuk-Yin Li)와 카-웨이 팡(Ka-Wei Pang)은 2024년 SAGE 저널 논문에서 팬덤이 상호 호혜를 기반으로 한 증여 경제 위에서 작동해왔다고 분석한다. 팬픽션 작가는 돈을 받지 않고 쓴다. 팬아티스트는 좋아서 그린다. 그 노동의 결과물은 팬덤 공동체 안에서 자유롭게 공유된다.

같은 연구에서 팬픽 작가의 86.67%가 "캐릭터 탐구"를 창작 동기로 꼽고, 61%가 "글쓰기 실력 향상"을 이유로 들었다. 팬에게 창작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다. 이 이익은 실재한다. 그러나 AI가 그 팬 노동을 대신하기 시작한 순간, 증여 경제의 윤리적 기반이 흔들린다. AI가 생성한 팬픽션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물인가? 게다가 팬이 창작한 결과물이 플랫폼의 수익으로 전환되는 순간 이 질문은 더 날카로워진다.

저작권의 시간과 팬덤의 시간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Adventures of Ideas(1933)>에서 스터번 팩트(stubborn facts), 즉 "어떻게 해석해도 사라지지 않는 사실"을 말했다. 이 서술은 2026년 AI 팬덤 창작의 법적 지형에서 이렇게 번역된다. 팬이 AI로 대안 결말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법원이 그것을 저작물로 인정하든 하지 않든, 이미 인터넷 위에 존재한다. 그 콘텐트는 공유되고, 소비되고, 원작의 해석을 바꾼다. 법이 존재를 부정해도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서 저작권의 시간과 팬덤의 시간이 충돌한다. 저작권 소송은 몇 년이 걸린다. NYT와 오픈AI의 소송은 2023년 12월에 시작됐고, 2026년 1월 법원이 오픈AI에 2,000만 건의 출력 로그 제출을 명령한 지금도 공판은 계속 진행 중이다. 그 사이 팬들은 매일 수백만 개의 AI 생성 콘텐트를 만들고 소비한다. 법이 판결을 내릴 때쯤이면 팬덤은 이미 세 번 진화해 있을 것이다.

저작권법은 창작 주체가 인간이라는 전제 위에서 설계되었다. 그 전제가 무너지는 속도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2025년 8월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15억 달러에 합의했다. UMG, 콘코드가 앤트로픽을 상대로 제기한 음악 저작권 소송 규모는 31억 달러에 달한다.

K-팬덤이 가장 먼저 직면한다

이것은 한국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니, 가장 먼저 한국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PLAVE는 모션캡처와 3D 캐릭터 기술 기반의 AI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다. Asia Tech Lens 보도에 따르면 팬들은 물리적 앨범을 사고, 이벤트에 참여하고, 멤버를 '인간처럼' 따라다닌다. MAVE:와 SUPERKIND 같은 하이브리드 버추얼 아이돌도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AI 버추얼 아이돌의 팬덤 형식은 기존 K팝 팬덤과 외형상 구별되지 않는다. 팬은 여전히 앨범을 사고 팬카페에 글을 올리고 콘서트 티켓을 구한다.

그런데 팬이 PLAVE 멤버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학습한 AI 도구로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어 공유한다면 그 창작물의 저작권은 어디에 귀속되는가. 현재 한국 저작권법에는 AI 생성물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저작권법 제2조의 "창작성" 요건을 인간에게만 귀속하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판례는 아직 형성 중이다.

한국 문화부가 발간한 2026 사회문화 트렌드 보고서는 K컬처 관련 온라인 언급이 전년 대비 31% 증가했고, 팬덤 주도 문화소비가 실물 지출로 전환되는 "필경제(feelconomy)"가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팬의 감정이 경제가 되는 시대다. 그 감정의 일부가 AI 공동창작으로 표현될 때 그 경제적 가치를 누가 가져야 하는지 아직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이익을 얻는 자와 비용을 지불하는 자

딜로이트 리포트는 제안한다. 미디어 기업들이 "통합 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AI가 팬의 행동 데이터를 통합해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IP 보유자들이 팬 공동창작을 "브랜드 통제 서비스 안에서" 허용하면 수익 기회가 된다고.

이 권고의 수혜자는 미디어 기업이다. 통합 팬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은 팬의 모든 행동을 1차 데이터로 수집하고, 그 데이터로 광고를 팔고, 새로운 콘텐트에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팬이 AI로 쓴 대안 결말은 플랫폼이 어떤 서사를 팬이 원하는지 파악하는 데이터로 전용될 수 있다. 팬은 창작자이면서 동시에 더 정밀한 데이터 생산자가 된다. 딜로이트 2025년 가을 조사에 따르면 팬의 약 절반이 "팬덤에 맞춤화된 광고가 더 효과적"이라고 응답했다. 팬의 창작 욕망이 광고 효율을 높이는 수단이 되는 구조다.

비용을 지불하는 자는 팬이다. 자신이 만든 콘텐트의 법적 소유권이 불분명하다는 리스크를, 언제든 플랫폼이 그 창작물을 삭제하거나 상업적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그리고 자신의 창작 행위가 플랫폼의 AI 학습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팬은 대부분 인지하지 못한 채 창작한다.

법이 답하기 전에 일어나는 일들

2026년 지금, 팬이 AI로 만든 결말의 소유권을 다루는 국제 조약은 없다. 통일된 국내 입법도 없다. 플랫폼의 이용약관이 사실상 유일한 규칙이다. 그 약관은 플랫폼이 만든다.

화이트헤드가 말한 것처럼 사실은 변함없이 존재한다. 팬이 AI로 드라마 대안 결말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 MLB 선수협회의 AI 캐릭터가 팬과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 PLAVE의 팬이 AI 생성 멜로디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이 사실들은 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도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에도 존재한다. 그리고 계속 쌓인다.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판례와 관행이 향후 10년의 팬덤 창작 권리를 결정할 것이다. 그 판례를 만드는 것은 법원이지만, 그 판례가 가리키는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우리가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프레이밍하느냐다. 팬의 창작 욕망을 IP 침해의 위협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창작 권리의 출발점으로 볼 것인가. 그 프레이밍의 싸움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 / raylogue

FAQ

Q1. MLB 선수협회가 AI 아바타 협약을 맺었다면, 팬이 그 아바타와 대화한 내용도 누군가의 소유가 되는 건가?

A. 현재 구조에서는 그렇다. MLB Players Inc.와 젠이스(Genies)의 협약에 따르면 채팅 이용료, 디지털 상품 수익화 권한은 젠이스에 있다. 팬이 AI 아바타와 나눈 대화 데이터는 플랫폼이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이용약관이 결정한다. 팬이 그 대화에 어떤 창의적 기여를 했더라도 현행 저작권법상 대화 자체에 저작권이 성립하기 어렵다. 법적 소유권보다 먼저 완성되는 것은 플랫폼의 데이터 권리다.

Q2. 팬픽션은 수십 년째 저작권 위반 아닌가? AI 팬덤 창작이 새로운 문제인 이유가 뭔가?

A. 팬픽션은 오랫동안 법적 회색지대에 있었지만 IP 보유자들이 대체로 묵인해왔다. 비상업적이고 유통망이 없으며 오히려 원작의 팬덤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인식이 그 묵인의 근거였다. AI 팬덤 창작이 팬픽션과 다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AI가 생성한 콘텐트는 원작 IP의 스타일과 서사를 훨씬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다. 둘째, 생산 속도와 규모가 압도적으로 다르다. 셋째, 그 창작물이 플랫폼의 AI 학습 데이터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팬 창작을 넘어선다. 묵인의 근거였던 조건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Q3. 미국 대법원이 "인간 저작이 저작권의 기반 요건"이라고 했으면, 팬이 AI로 만든 콘텐트는 아무도 소유할 수 없다는 뜻인가?

A. 정확히는 "AI 단독 생성물은 저작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그러나 팬이 상당한 창작적 지시와 편집을 가했다면 그 인간 기여 부분에 한해 저작권이 성립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아 있다. 문제는 "상당한 기여"의 기준이 아직 법원에서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 프롬프트 입력은 기여로 인정받기 어렵고, 반복적 수정, 편집, 재구성이 수반될수록 보호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경계를 어디에 그을지는 향후 판례가 결정할 것이다.

Q4. PLAVE 같은 AI 버추얼 아이돌은 한국 법에서 어떻게 다뤄지나?

A. 현재 한국 저작권법 제2조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저작자를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규정한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원칙적으로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제작사가 AI를 도구로 활용하면서 인간 창작자의 기여가 명확히 있다면, 그 부분에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 문제는 팬이 PLAVE 관련 AI 창작물을 만들 때 원작 IP인 캐릭터, 목소리, 이미지가 개입된다는 점이다. 한국 법원은 이 교차 지점에 대한 판례를 아직 형성하지 못했다.

Q5. 결국 팬을 보호하는 방법은 없나?

A. 현재로서는 입법이 가장 현실적인 경로다. 법원 판결은 개별 사안에 대한 사후 처리이고 소송 한 건이 수년이 걸린다. 팬덤 창작 권리를 입법으로 설계한다면 비상업적, 변형적 팬 창작에 대한 공정이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AI 공동창작 결과물에 대한 최소한의 창작자 귀속 규정을 마련하는 방향이 논의될 수 있다. 학계에서는 "팬아트 커먼즈 라이선스(FACL)"처럼 플랫폼 약관을 통한 자치 규범화를 제안하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플랫폼이 약관을 만들고 팬이 그 약관에 동의하는 구조에서 규범의 주도권은 여전히 플랫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