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삶5분 읽기
AI가 스스로 똑똑해진 게 아니다
자연스러운 AI 답변 뒤에는 데이터를 분류하고 유해한 콘텐츠를 먼저 보는 사람이 있다. ILO의 2026년 연구와 메리 그레이·시다스 수리의 고스트 워크를 통해 자동화가 노동을 없앤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옮겼다는 사실을 살핀다. 생산성 이익과 전환 비용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7월 25일
AI와 인권 특별호 3/7 — 데이터에서 노동, 감시, 민주주의, 규제와 분배까지 AI 권력이 지나가는 길을 추적한다.
이용자는 질문을 입력하고 몇 초 뒤 자연스러운 답을 받는다. 화면에는 모델을 만든 회사 이름만 보인다. 데이터를 분류하고 답변의 품질을 비교하며 폭력적인 콘텐츠를 먼저 본 노동자는 인터페이스 밖으로 밀려난다.
[사실] 2026년 ILO 연구는 AI가 두 종류의 인간 노동에 의존한다고 설명한다. 모델을 개발하고 조정하는 알고리즘 노동자와 데이터를 분류·정제·확장하는 데이터 노동자다. 인도와 케냐의 조사에서는 데이터 노동이 최종 이용자에게 거의 보이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적정 노동조건의 부족에 노출됐다. ILO 연구
메리 그레이와 시다스 수리는 『Ghost Work』에서 이렇게 썼다. “These people doing ‘ghost work’ make the internet seem smart.” Microsoft Research
이를 “고스트 워크를 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똑똑해 보이게 만든다”로 번역하겠다. 지금의 생성형 AI에 적용하면, 자동화가 노동을 모두 없앤 것이 아니라 노동의 위치와 계약 형태를 바꿨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오류를 표시하고, 혐오 표현을 읽고, 답변의 순서를 매긴다.
그래도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새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그럴 수 있다. ILO와 폴란드 NASK가 2025년 발표한 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고용의 약 25%가 생성형 AI에 잠재적으로 노출된다. 연구진은 즉각적인 대체보다 업무의 변환이 더 유력하다고 강조했다. 고소득국의 노출 비중은 34%, 저소득국은 11%였다. ILO–NASK 보고서
[사실] 고소득국에서 최고 노출군은 여성 고용의 9.6%, 남성 고용의 3.5%다. 기존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사무·행정 직군에 많이 분포한 구조가 AI 노출에도 반영됐다.
“변환”이라는 말만으로 비용의 주체를 감추면 안 된다. 기업이 생산성 이익을 얻는 동안 노동자가 재교육과 실직 위험을 홀로 감당한다면 공평한 변환이 아니다.
AI 노동정책은 일자리 수만 세어서는 안 된다. 데이터 노동자가 AI 공급망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업무 기준과 임금을 설명하고, 유해 콘텐츠 업무를 거부하거나 사람이 재검토할 길을 열어야 한다. 계약상 지위와 상관없이 이의제기와 구제, 독립적인 노동조건 감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자동화된 판단이 감시와 만날 때 누가 더 자주 의심받는지 살핀다.
자동화의 마지막 1미터
우리가 자동화라고 부르는 장면의 뒤에는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마지막 구간이 남는다. 사진 속 물체의 경계를 그리고 혐오 표현을 분류하며 챗봇의 답변 가운데 더 나은 것을 고르는 일이다. 모델이 배포된 뒤에도 신고를 검토하고 오류를 바로잡는 사람이 필요하다. AI가 사람을 완전히 제거했다기보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노동을 재배치한 경우가 많다.
이 재배치는 책임의 거리도 늘린다. 서비스를 쓰는 기업은 플랫폼과 계약하고 플랫폼은 다시 공급업체와 하청업체에 작업을 나눌 수 있다. 노동자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짧은 단위의 과업을 수행한다. 공급망이 길어질수록 가격과 속도는 위에서 정해지고 불규칙한 소득과 유해 콘텐츠 노출, 계정 정지의 위험은 아래로 내려가기 쉽다.
일자리가 생겼다면 좋은 일 아닌가?
일자리의 존재와 일자리의 질은 따로 살펴야 한다. 새로운 소득 기회가 생기는 것은 가치가 있다. 하지만 노동자가 임금 산정 방식을 알 수 없고 작업 거절이 평점 하락으로 이어지며 자동화된 계정 정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면 그 기회는 취약하다. AI 산업의 고용 효과를 평가하려면 일자리 수뿐 아니라 소득의 안정성, 안전, 협상력, 경력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
폭력적 이미지와 혐오 표현을 반복해서 보는 검수 노동은 모델 안전에 필수지만 그 비용은 노동자의 몸과 마음에 남는다. 보호 장비가 필요한 공장처럼 디지털 작업에도 노출 시간 제한, 상담과 휴식, 업무 전환,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안전한 AI는 안전하지 않은 노동 위에 세워질 수 없다.
참여 없는 보호는 오래가기 어렵다
노동자를 보호 대상으로만 보아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작업이 위험한지, 할당 방식이 공정한지, 품질 평가가 현실적인지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가장 잘 안다. 계약 조건과 평가 알고리즘을 바꿀 때 노동자의 의견을 듣고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통로를 열어야 한다.
기업은 데이터와 모델 공급망에 어떤 노동이 들어가는지 공개하고 하청 단계가 늘어나도 최소한의 임금과 안전 기준이 유지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자동화된 성과 평가나 계정 정지가 생계를 끊을 수 있다면 사람이 재검토해야 한다. 발주 가격과 마감이 안전 기준을 사실상 무력화하지 않는지도 감사해야 한다.
모델의 성능을 연구자와 컴퓨팅 자원의 성과로만 설명하면 분류하고 교정하고 위험한 내용을 걸러낸 사람들의 기여는 사라진다. 기여를 기록해야 보상과 책임도 나눌 수 있다. AI가 집단적 생산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기술의 가치를 낮추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가치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정확하게 말하는 일이다.
“AI가 스스로 배웠다”는 표현은 편리하지만 불완전하다. 그 문장에는 데이터를 만든 사람, 지시문을 설계한 사람, 답변을 평가한 사람, 배포 뒤 문제를 처리한 사람이 빠져 있다. 자동화의 진짜 질문은 인간이 사라졌는지가 아니라 어떤 인간이 보이지 않게 되었는가이다.
AI와 인권 특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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