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GEO #1] AI에게 우리 당 공약 물어봤다: 2026 지방선거 정치 GEO 실험
선거가 61일 남은 날, 나는 챗지피티, 제미나이, 매너스에 소수 정당 공약을 물었다. 세 곳 모두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답했다. 왜 가능했는가. GEO(생성형 검색 엔진 최적화)가 정치에도 작동한다는 증거다. 그런데 AI가 인용하는 출처의 90%는 외부 콘텐트다. 공식 사이트는 5~10%밖에 영향 못 미친다. 그렇다면 구조화된 텍스트, 수치, 명확한 개념 단위로 공약을 공개한 정당은 AI에서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아니라면 AI는 거짓말을 할 것이다. 뭐든 대답해야 하는 게 그의 임무라서.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4월 3일
나는 기본소득당 당원이다. 아래 사례 선택과 분석에 이 입장이 반영되어 있음을 먼저 밝힌다.
실험을 먼저 했다
2026년 4월 초,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날 나는 챗지피티, 제미나이, 매너스(Manus) 세 곳에 같은 질문을 던졌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기본소득당 핵심 공약이 뭐야?" 비공식 실험이었다. 특정 질문 형태로 한 번씩 확인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다. 제미나이는 5대 핵심 공약을 항목별로 정확하게 나열했다.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청년 기본소득, 농어촌 기본소득, 햇빛·바람소득의 전국적 확대까지. 챗지피티는 한 발 더 나아가 공약들이 어떤 구조적 논리로 묶여 있는지를 스스로 도식화했다. "AI → 불평등 확대 → 산업·에너지 → 수익 창출 → 기본소득 → 재분배"라는 인과 사슬을 AI가 직접 그렸다. 전남광주특별시 통합 지원금 20조 원을 주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인식하고 있었다. 이 수치는 기본소득당 공식 보도자료에 명시된 내용이다. 매너스는 이 정당의 철학적 기반인 '공유부(Common Wealth)' 개념까지 건드리며 기술 민주주의적 발상으로 해석해냈다.
이어서 민주당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핵심 공약이 뭐야?" 챗지피티의 답변은 달랐다. 공약 항목을 나열하는 대신 "이 선거는 이재명 정부 1년 평가 선거"라는 프레임 분석이 먼저 나왔다. 반도체 산업단지 유치, 수백조 규모 클러스터 같은 키워드는 등장했지만, 소수 정당처럼 공약 원문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았다. 챗지피티가 스스로 재구성한 해석 언어였다.
이 차이가 이 글의 핵심이다. 정보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집권 여당보다, 구조화된 텍스트를 공개한 소수 정당의 공약이 AI에서 더 정확하게 인용됐다. 이 말은 GEO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구조화의 질이 결정한다는 뜻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26년 6월 3일 수요일 치러진다. 오늘 기준 D-61이다.
한국인 둘 중 하나가 AI에게 묻는 시대
오픈서베이가 2026년 1월 발표한 AI 검색 트렌드 리포트(전국 만 15~59세 1,000명 조사)에 따르면 챗지피티의 최근 3개월 내 이용률은 2025년 3월 39.6%에서 12월 54.5%로 14.9%p 상승해 과반을 돌파했다. 제미나이 이용 경험률도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네이버 이용률은 85.3%에서 81.6%로 하락했다. 와이즈앱·리테일 기준 2025년 11월 챗지피티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162만 명이었다. 스마트폰을 가진 한국 성인 셋 중 하나는 AI에게 정보를 묻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더 중요한 수치가 있다. 검색의 주된 목적이 처음으로 '지식 습득'(47.6%)으로 올라섰다. 맛집이나 쇼핑 정보 탐색 대신 뭔가를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 AI를 쓰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정치 정보는 정확히 이 지식 습득 범주에 속한다. 어떤 정당이 무엇을 주장하는지 어떤 후보가 어떤 이력을 가졌는지를 알고 싶은 유권자는 이제 포털 검색창이 아니라 AI 대화창에 질문을 던진다.
정당은 이 변화에서 단순한 결론을 얻는다. 유권자가 정보를 찾는 방식이 바뀌었다면 정당이 정보를 공급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AI는 무엇을 보고 답하는가
여기서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생성형 검색 엔진 최적화)를 이해해야 한다. 기업 마케팅에서 나온 개념이지만 메커니즘은 정치에도 그대로 작동한다.
AI가 질문에 답할 때 참조하는 출처는 세 종류다. 해당 조직의 공식 웹사이트, 언론 기사와 보도, 그리고 제3자가 작성한 콘텐트와 평가들. McKinsey AI Discovery Survey(2025년 8월, 1,927명)에 따르면 AI 검색 플랫폼이 답변을 생성할 때 참조하는 출처의 90%는 외부에서 온다. 자사 웹사이트 기여 비중은 고작 5~10%다.
정치에 적용하면 이렇게 된다. AI가 "이 정당이 어떤 정당인가"를 답할 때 그 정당 공식 사이트의 내용은 전체 답변의 5~10%밖에 영향을 못 미친다. 나머지 90%는 언론이 그 정당을 얼마나 어떻게 다뤘느냐에 달렸다.
거대 양당은 수십 년의 언론 아카이브가 쌓여 있다. 기사 수만 건, 위키피디아 항목, 학술 논문, 정치 평론이 웹 전체에 퍼져 있다. AI는 이 방대한 데이터에서 해당 정당의 정체성을 손쉽게 구성한다. 그런데 방금 확인했듯이 정보가 많다고 반드시 잘 인용되는 게 아니다. 민주당처럼 정보가 산만하게 흩어져 있으면 AI는 원문을 인용하는 대신 스스로 재서술한다. 반면 언론 인용이 적어도 구조화된 텍스트를 가진 정당은 AI가 원문을 직접 가져온다.
그렇다면 왜 처음 실험은 성공했는가
앞서 도입에서 확인한 실험으로 돌아가자. AI 세 곳이 소수 정당의 공약을 정확하게 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 정당의 공식 보도자료는 공약을 명확한 개념 단위로 분리해서 제시했다. 기본소득 지방시대, 청년 기본사회, 햇빛·바람소득처럼 각 공약이 독립적으로 검색되고 인용될 수 있는 형태로 패키징되어 있었다. AI가 추출하기 쉬운 구조다. 20조 원이라는 구체적 수치, 재원 조달의 방향, 공약의 철학적 배경까지 텍스트로 공개되어 있었다.
프린스턴대의 GEO 연구(2023)는 통계 수치 추가, 출처 인용, 전문가 관점 포함이 AI 인용 확률을 30~40% 높인다는 것을 10,000개 쿼리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의도했든 아니든 그 정당은 GEO에 친화적인 방식으로 공약을 설계했다. "우리 당은 기본소득을 지지합니다"라는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항목과 수치와 메커니즘을 명시한 구조화된 텍스트. AI는 이것을 인용했다.
GEO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AI가 인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 그것이 전부다.
데이터 공백에는 다른 것이 먼저 채워진다
문제는 모든 정당이 언제나 꾸준하게 이 수준의 콘텐트를 갖추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UT Austin 미디어 참여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 주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한 공간을 '데이터 공백(data void)'이라고 하며, 이 공백은 저급한 콘텐트가 가장 먼저 채운다. 그리고 그 콘텐트가 LLM이 그 주제를 이해하는 기반이 된다. 이 서술은 한국 정치 생태계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AI 정치분석을 표방한 서비스들이 정치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뉴스를 클리핑해서 LLM으로 요약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정치 인텔리전스'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문제는 이 콘텐트들이 웹에 유통되면서 그 자체가 특정 정당에 대한 AI 인용 소스가 된다는 것이다. 정당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제3자가 만든 조각난 정보가 AI 안에서 그 정당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자원이 부족한 정당일수록 이 위험에 더 취약하다.
일본에서 이미 한 번 일어났다
2025년 10월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창당 1년도 안 된 신생 정당 '팀 미라이(Team Mirai)'가 11석을 획득했다. 목표로 제시했던 5석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이 정당은 AI를 활용한 정책 설계와 디지털 민주주의를 핵심 정체성으로 삼았다. 후보 평균 연령 39.5세. 기존 정당들이 감세 경쟁을 벌이는 동안 혼자 세율 유지를 주장하며 성장 투자와 기술 기반 행정 개혁을 내세웠다. 서울신문(2026.02.10)에 따르면 이념 대립 대신 문제 해결을 강조한 메시지가 정치 불신층의 공감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팀 미라이의 성공을 GEO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정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하고 구조화된 디지털 콘텐트로 표현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창당 초기부터 정책 문서와 대표 발언을 텍스트로 공개하고 웹 접근성을 높인 것이 기존 정당과의 차이를 만들었다.
자원이 부족한 정당일수록 오히려 이 전략의 가성비가 높다. 언론 광고를 살 돈은 없어도 공약을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단, 지금 잘 인용되는 콘텐트의 유통기한은 13주다. Amsive 연구에 따르면 AI 검색 응답에서 인용되는 콘텐트의 50%가 13주 미만이다. GEO는 선거 캠페인이 아니라 상시 전략이어야 하는 이유다.
지금 당신의 정당은 AI에게 어떻게 설명되는가
한 가지는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다. 챗지피티, 제미나이, 네이버 AI 브리핑 세 곳에 당신의 정당 이름을 검색해보라. "○○당의 2026년 지방선거 핵심 공약은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라. AI가 내놓는 답변이 정확한가. 그 답변의 출처가 어디인가. 당신의 정당이 원하는 방식으로 설명되고 있는가.
만약 답변이 불분명하거나 틀렸거나 없다면,그것이 지금 이 순간 유권자가 AI를 통해 만나는 당신의 정당이다. 만약 잘 나오고 있다면 그 상태가 3개월 뒤에도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 메커니즘을 더 깊이 해부한다. AI가 정당 이미지를 구성하는 실제 작동 원리, GEO가 되는 콘텐트와 그렇지 않은 콘텐트의 구체적 차이. 그리고 민주당처럼 정보가 많은데도 AI가 원문을 인용하지 않고 재서술하는 현상이 정당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선거가 61일 남았다. / raylogue
이 글은 '정치 GEO: 유권자가 AI에게 묻는 시대의 선거 콘텐트 전략' 4부작의 첫 번째 편이다. 2편 'AI는 정당을 어떻게 만드는가 — 인용 구조와 데이터 공백의 정치학'이 곧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