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이 베팅이 되는 순간: 미국의 이상한 예측 시장 거래
예측시장은 집단지성의 플랫폼이라고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마두로 체포 작전에 관여한 미군 특수부대원이 폴리마켓에서 거액의 수익을 얻은 사건은 그 설명을 흔든다. 비공개 정보가 시장 가격을 움직일 때 예측은 지성이 아니라 권력이 된다. 이 글은 밴 다이크 기소와 트럼프과 관련되었을 지도 모를 이란 관련 원유 선물 의심 거래를 통해 예측시장의 내부자 거래 위험을 분석한다.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4월 24일
예측시장은 집단지성의 플랫폼이 아니다. 비공개 정보를 가진 사람이 합법의 외피를 두르고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우리가 어떤 정보도 갖지 못한 채 마두로가 체포될 확률에 베팅한다고 상상해보라. 베팅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체포하러 간 자들은 그 작전의 실행 날짜와 경로를 알고 있다. 그러면 이것은 공정한 예측인가 아니면 정해놓은 사냥인가. 체포조 중에 한 명이 체포 전에 예측 시장 사이트에다가 마두로 실권과 관련한 거래에 돈을 걸었다. 그 밴 다이크다.
밴 다이크는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
법원 문서에 따르면, 밴 다이크는 2008년 9월부터 현역으로 복무했으며 2023년 상사로 진급했다. 사건 당시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Fort Bragg)에 주둔하며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서반구 작전(Special Operations Command Western Hemisphere Operations)에 배속되어 있었다. 기소장은 그가 마두로 체포 작전 - 작전명 오퍼레이션 앱솔루트 리졸브(Operation Absolute Resolve)- 의 계획과 실행에 관여했으며, 군사작전에 대한 정보는 비공개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명시한다. 솔직히 비공개라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겠다.
다이크는 2025년 12월 26일 폴리마켓 계정을 개설하고 베팅 총액 약 3만 3천 달러(기소장 표기 $33,034)를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투입했다. 이틀 뒤인 12월 27일 첫 번째 베네수엘라 관련 베팅을 시작했다. "2026년 1월 31일까지 마두로 실각(Maduro out by January 31, 2026)" 계약을 포함해 총 13건의 거래를 체결했고, 모두 "YES" 포지션이었다.
결정적인 장면은 2026년 1월 2일 오후 8시에서 10시 사이에 일어났다. 실제 야간 추출 작전이 시작되기 불과 몇 시간 전, 밴 다이크는 세 건의 별도 거래를 연달아 체결했다. 폴리마켓 계약은 1월 3일 작전 성공 후 정산됐고, 그는 같은 날 잔여 포지션을 모두 청산하고 출금했다. 이후 누군가 익명으로 돈을 벌어갔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는 1월 6일 폴리마켓에 계정 삭제를 요청하고 - 이메일을 잃어버렸다고 했단다 - 암호화폐 계좌에 연결된 이메일 주소를 자신의 이름이 없는 것으로 교체했다. 기소장은 그가 인공지능 쿼리를 통해 미 특수부대가 공개하지 않은 작전 세부 내용을 담은 기밀 파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스크린샷으로 저장했다는 사실도 담고 있다.
이익을 가져간 것은 밴 다이크이고 기밀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도 밴 다이크이며 비대칭 정보 게임의 패배자로 남겨진 것은 나머지 모든 폴리마켓 참여자들이다.
예측시장은 왜 기밀 정보에 취약한가
폴리마켓은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이다. 이용자들은 선거 결과, 지정학적 사건, 스포츠 경기 등 현실 세계의 사건에 대해 "YES" 또는 "NO" 계약을 사고팔 수 있다. 시장은 이론적으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가격에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분산된 참여자들이 각자 보유한 정보를 베팅으로 표현하면 시장 가격이 사건의 실제 발생 확률에 따라 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결정적인 전제를 숨긴다. 참여자들이 보유한 정보의 유형이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그 정보의 출처가 공개 여부와 무관하게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에서 내부자 거래(insider trading)가 불법인 이유는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예측시장도 같은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예측시장은 2026년 이전까지 전통적 의미의 내부자 거래 규제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어 있었다.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 의장 마이클 셀리그(Michael Selig)는 밴 다이크 체포 후 성명에서 "피고는 미국 작전에 관한 기밀 정보를 비공개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미국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미군 장병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패턴이 반복될 때 우연은 의도가 된다
밴 다이크 사건이 고립된 일탈이었다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2026년 봄, 거의 같은 구조의 의심 거래가 예측시장이 아닌 국제 원유 선물시장에서 연속으로 발생했다.
우선 나는 아래 네 건의 거래가 동일한 주체 또는 동일한 정보 네트워크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하지는 못 하겠다. 하지만 반복되는 패턴은 무작위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명확하다.
2026년 3월 23일, 미국 동부시간 오전 6시 49~50분 단 1분 안에 브렌트유,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약 6,200개 로트(명목가치 약 5억 8천만 달러)가 일괄 매도됐다. 블룸버그가 분석한 동 시간대의 5거래일 평균 거래량은 약 700개 로트였다. 약 9배 수준의 돌발 거래다. 15분 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란 에너지 인프라 공격 연기를 발표했다. WTI 유가는 즉각 약 6% 하락했다.
2주 뒤인 4월 7일에는 브렌트유, 미국 원유 선물 약 8,600개 로트(약 9억 5천만 달러)가 트럼프의 이란 2주 휴전 합의 발표 수 시간 전에 매도됐다. 유가는 또다시 약 15% 내려앉았다. 4월 17일에는 브렌트 선물 약 7,990개 로트(약 7억 6천만 달러)가 20분 뒤 이란 외무장관의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재개방 발표를 앞두고 쏟아졌다. 유가는 최대 11% 하락했다. 4월 21일에는 4,260개 로트(약 4억 3천만 달러)가 GMT 기준 19시 54~56분 매도됐다. 그리고 14분 만에 트럼프가 휴전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CFTC는 블룸버그 보도를 통해 CME 그룹과 인터콘티넨탈거래소(ICE)에 거래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요청하며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셸던 화이트하우스(Sheldon Whitehouse) 상원의원은 CFTC에 서한을 보내 내부자 거래 조사를 촉구했으며 하원의원 리치 토레스(Ritchie Torres)도 4월 17일, 21일 거래를 수사 범위에 포함하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 거래들은 왜 멈추지 않았는가
주식시장의 내부자 거래는 1934년 증권거래법(Securities Exchange Act)과 이후 판례를 통해 금지 규범을 만들었다. 수십 년에 걸친 집행 사례가 행위 기준을 만든 것이다. 반면 예측시장과 원유 선물시장에서의 기밀 정보 활용은 규범에서 벗어나 있었다. 폴리마켓의 경쟁 플랫폼 칼시(Kalshi)는 최근 세 명의 정치인에게 내부자 거래 규정 위반으로 자체 제재를 가했지만 CFTC에 위반 사항을 보고하지 않았다. 칼시의 자율 제재는 사건을 내부에서 봉합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시장을 공정하게 돌려놓지는 못했다.
이스라엘에서는 2026년 2월, 예비군 장병과 민간인이 군사작전 관련 기밀 정보를 이용해 폴리마켓에서 베팅한 혐의로 체포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거의 동시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이것이 예측시장 플랫폼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기밀 정보에 접근 가능한 군인이나 공무원이고, 플랫폼 운영상의 편의를 위해 사전 검증을 포기하는 것은 예측시장 기업들이며, 비대칭 정보가 설계된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돈을 잃는 것은 일반 참여자들이다.
예측시장은 무엇을 예측하는가
와이어드는 '상황실(Situation Room) 내부 직원들이 전쟁에 베팅하고 있다'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 머피(Chris Murphy)가 한 말이다. 백악관은 이를 부인했으나 같은 달 CNN은 백악관이 직원들에게 기밀 정보를 이용한 예측시장 베팅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정치 권력의 핵심부가 예측시장을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신호다.
예측시장은 여기저기 흩어진 사람들이 가진 정보를 각자 베팅으로 내놓으면 그 결과가 모여 시장 가격이 실제에 가까운 ‘정답’(진실) 쪽으로 점점 맞춰진다는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보가 국가 기밀의 형태로 몇 사람에게만 집중된다면 시장은 집단지성이 아니라 정보 권력의 집중을 반영한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그게 합법이 된다는 것이다.
밴 다이크 사건은 예측시장에서 최초로 미국 내부자 거래를 기소한 것으로 사법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 그 규제를 만드는 사람들 중에 시장에 베팅하고 있는 사람은 과연 없을까? 아마도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FAQ
폴리마켓 내부자 거래란 무엇이며, 이번 사건이 왜 최초인가?
폴리마켓(Polymarket)은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으로, 이용자들이 현실 세계 사건의 결과에 암호화폐를 베팅하는 플랫폼이다. '내부자 거래(insider trading)'는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한 이익을 얻는 행위다. 2026년 4월 23일 기소된 밴 다이크 사건은 미국에서 예측시장을 대상으로 한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된 첫 번째 사례다. 이전까지 예측시장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규제 대상이었지만, 실제 내부자 거래 기소로 이어진 사례가 없었다.
밴 다이크는 어떤 방식으로 기밀 정보를 수익으로 전환했는가?
밴 다이크는 마두로 체포 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ve)에 직접 관여한 미 육군 특수부대 상사로, 작전 실행 날짜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 그는 작전 며칠 전인 2025년 12월 27일부터 베팅을 시작해, 실제 추출 작전 수 시간 전인 2026년 1월 2일 밤 세 건의 집중 거래를 체결했다. 총 베팅액 약 3만 3천 달러($33,034)로 약 40만 9천 달러($409,881)의 수익을 얻었다. 수익률은 약 1,242%다.
이란 관련 원유 선물 의심 거래는 예측시장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두 사건은 동일한 구조적 문제를 공유한다. '비공개 정보를 가진 주체가 그 정보가 공개되기 직전 시장에서 포지션을 취해 수익을 얻는다'는 메커니즘이다. 2026년 3월~4월 사이 트럼프의 이란 관련 발표 직전 원유 선물 대규모 매도가 네 차례 반복됐고, 각각 수억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였다. 두 사건 모두 CFTC 수사 대상이 됐으며, 복수의 상하원 의원이 내부자 거래 여부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예측시장 내부자 거래를 막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예측시장은 주식시장의 내부자 거래 규제(1934년 증권거래법) 체계에서 오랫동안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었다. 암호화폐 기반이라 익명성이 높고, 거래 계좌 개설 기준이 전통 금융 시장보다 느슨했다. 플랫폼 자율 제재(칼시(Kalshi)의 정치인 제재 사례)가 이루어지더라도 CFTC 보고 의무가 없어 외부 감시를 피할 수 있었다. 밴 다이크 사건 이후 CFTC가 예측시장에 대한 규제 권한을 명시적으로 행사하면서 이 공백이 좁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향후 예측시장 규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밴 다이크 기소는 CFTC가 예측시장을 상품거래법(Commodity Exchange Act) 관할로 명시적으로 편입하는 선례가 됐다. 미국뿐 아니라 이스라엘에서도 유사한 기소가 이루어지면서 국제적으로 예측시장 규제 논의가 빨라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뉴욕주는 이미 주 공무원의 기밀 정보 기반 예측시장 베팅을 금지했다. 예측시장 산업 전반에 '당신의-고객을-알고(Know-Your-Customer)' 규칙 강화와 이상 거래 자동 보고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