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확장 1] 인지 주권: 스마트폰과 AI 시대, 마음은 누구의 것인가
챗지피티 주간 이용자가 9억 명을 돌파한 2026년, 스마트폰과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앤디 클라크의 확장된 마음 이론은 이들을 이미 인지 시스템의 일부로 규정한다. 그러나 오토의 노트와 달리 당신의 스마트폰은 당신이 설계하지 않았다. 확장, 중독, 감시, 대체라는 네 진영의 담론을 조감하며 인지 주권이 기술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주도적 결합(sovereign coupling)임을 따져 본다. 당신의 생각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4월 17일
인지 주권이란 무엇인가
2026년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가입 건수는 약 75억 건입니다. 한 사람이 여러 대를 쓰는 걸 생각하면 고유 사용자는 약 58억 명 정도라지요. 세계 인구의 70% 남짓이 휴대폰을 쓰고 그중 85% 이상이 스마트폰입니다. 인류 역사상 이토록 많은 사람이 동일한 종류의 도구를 신체에 밀착시켜 생활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도구'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정확한 표현일까요.
여기에 또 하나의 숫자가 있습니다. 2026년 2월 27일, 오픈AI는 챗지피티 주간 활성 이용자가 9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5년 2월의 4억 명에서 불과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구글 제미나이는 월간 7억 5천만 명,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은 월간 1억 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포춘 500대 기업의 92%가 이미 챗지피티 엔터프라이즈를 업무에 도입했습니다. "AI한테 물어봤어?"는 이미 일상 대화가 됐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 화면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세계 평균 하루 약 3시간 46분, 한국 성인은 약 4~5시간입니다(DataReportal · KISDI). 한국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즉 스마트폰 없이 일상이 어려운 사람은 2024년 기준 22.9%, 네 명 중 거의 한 명입니다. 청소년은 42.6%로 더 가파릅니다. 여기에 AI 챗봇과 대화하며 보내는 시간이 추가되기 시작했습니다. 업무 보고서를 AI에게 시키고 여행 계획을 AI에게 물어보고 심지어 감정 가득한 고민까지 AI에게 털어놓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숫자가 말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그러나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이 숫자들은 스마트폰과 AI가 여러분 '옆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이것들이 여러분 '안에'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잠시 실험을 해봅시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이 스마트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떠올려보세요. 주머니? 책상 위? 가방 속? 떠올리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다음을 떠올려보세요. 오늘 오후의 일정, 가장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 지난여름 휴가에서 찍은 사진, 어젯밤 읽다 만 기사의 제목. 이것들은 어디에 저장되어 있습니까? 여러분의 머릿속입니까 아니면 여러분의 폰입니까? 그 경계는 얼마나 분명합니까?
한 가지를 더 물어보겠습니다. 지난주에 AI에게 물어본 질문이 있습니까? 그 대답을 지금 기억하고 있습니까? AI가 알려준 내용을 당신의 지식으로 느끼고 있습니까, 아니면 "AI가 그렇게 말했으니까"라고 기억하고 있습니까? 이 구분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이미 새로운 종류의 인지적 결합 속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노모포비아(nomophobia), 즉 스마트폰 없이 지내는 것에 대한 공포는 이미 학술적 연구 대상입니다. 2024년 기준 일정 수준 이상의 노모포비아를 경험하는 성인은 약 66%에 이르며 경증까지 포함한 2025년 메타분석에서는 그 비율이 90%를 넘기도 합니다. 연구 참여자들은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때 "자신의 일부가 잘려나간 느낌"이라고 묘사합니다. 도구를 잃었을 때의 짜증이 아니라 무언가가 절단되었을 때의 공포에 가깝습니다.
이 공포의 정체가 이 시리즈 '마음의 확장'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2026년, 이 공포에 새로운 측면이 추가됩니다. AI가 멈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클로드가 다운되었을 때 소셜미디어에 쏟아지는 불안한 반응들, AI 없이 보고서를 쓰려니 막막해지는 경험, 번역기 없이 외국어 앞에서 얼어붙는 순간. 이것은 스마트폰 의존과는 또 다른 종류의 의존입니다. 스마트폰이 주로 기억과 연결의 외부화였다면, AI는 판단과 생성, 사유까지 여러분의 내부에서 외부로 끄집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 개의 세상에서
스마트폰과 AI를 둘러싸고 지금 네 개의 세상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세상에는 각각의 지도자가 있고 , 세계관이 있으며, 해법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세상들이 서로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세상: 스마트폰과 AI는 인지의 확장입니다
1998년, 철학자 앤디 클라크(Andy Clark)와 데이비드 챌머스(David Chalmers)는 학술지 Analysis에 <확장된 마음(The Extended Mind)>이라는 13페이지짜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Vol.58, Issue 1, pp.7–19). 핵심 주장은 도발적이면서도 단순했습니다. 마음은 두개골 안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외부의 도구가 특정 조건, 예컨대 항상 곁에 있고 의심 없이 자동으로 접근하고, 내부 인지와 기능적으로 동등하며 만일 그 도구가 없을 때 인지 능력이 실질적으로 떨어진다면 그 도구는 인지 시스템(cognitive system), 즉 생각하는 체계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마음의 경계는 피부가 아니라 기능이 결정합니다.
이 논문은 인지과학과 심리철학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텍스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클라크는 Nature Communications에 이 이론을 AI 시대로 확장하는 후속 논문을 발표했습니다(Extending Minds with Generative AI, Nat Commun 16:4627). 다음 장에서 상세히 다루겠지만 그 핵심은 생성AI가 인간 인지 확장의 새로운 단계라는 것입니다.
확장된 마음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공포는 병리가 아닙니다. 자기 마음의 일부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었을 때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마찬가지로 AI 없이 복잡한 문제를 풀기 어려워진 것도 퇴보가 아니라 통합의 증거일 수 있습니다. 이 진영의 시선으로 보면 세상은 비교적 낙관적입니다.
두 번째 세상: 스마트폰과 AI는 중독과 퇴화의 도구입니다
2024년 3월,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가 불안한 세대(The Anxious Generation)를 출간했습니다 . 이 책의 메시지는 첫 번째 세상과 정반대였습니다. 스마트폰은 확장이 아니라 파괴의 도구라는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에게 스마트폰은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해체하는 기계이며 하이트는 우울증, 불안장애, 자해율의 급증이 스마트폰 보급 시기와 겹친다고 주장합니다. 단 이 주장은 상관관계의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먼저 덧붙여야 공정합니다.
AI는 이 우려에 새로운 차원을 더합니다. 보고서를 AI에게 맡기면 내가 무엇을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AI가 요약해준 문서를 읽으면 원문을 이해한 것인지, AI의 해석을 이해한 것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이른바 '인지 오프로딩(cognitive offloading)', 즉 생각의 짐을 외부에 넘기는 현상이 스마트폰 시대보다 훨씬 더 깊은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2026년 3월부터 초중고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장애 학생의 보조기기 사용과 교육 목적 사용은 예외. 2025.8.27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디지털 습관 교육도 강화됩니다. 그러나 이 진영에도 비판자가 있습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앤드류 프르지빌스키(Andrew Przybylski)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논쟁은 2026년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세상: 스마트폰과 AI는 권력의 무기입니다
세 번째 세상은 개인의 인지나 건강이 아니라 권력을 바라봅니다.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는 <감시 자본주의 시대(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2019)>에서 디지털 플랫폼이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추출하여 예측 상품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해부했습니다. 구글 출신 설계자인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는 주의 경제(attention economy), 즉 사람들의 관심을 돈으로 바꾸는 경제 체제의 착취적 본질을 폭로했습니다.
AI 시대에 이 관점은 더욱 날카로워집니다. 2026년 현재, X(구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의 xAI와 결합되어 있고 생성AI가 만들어내는 콘텐트가 검색 결과와 소셜 피드를 채우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추는가의 문제는 이제 기술 비평의 영역을 넘어 지정학의 영역에 진입했습니다. AI가 뉴스를 요약하고 AI가 검색 결과를 재구성하며 AI가 당신의 피드를 큐레이션하는 세상에서 당신이 보는 세계가 정말 세계 자체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설계한 세계인지 질문은 더 절박해집니다.
네 번째 세상: AI는 인간을 대체할 것입니다
이 진영은 앞의 세 세상과 다른 시간 축 위에 있습니다. 확장도, 중독도, 감시도 아닌, 대체(replacement)를 걱정합니다. 2026년, 앤트로픽 연구팀은 Claude Opus 4.6 인스턴스 16개를 Docker 컨테이너에 띄워 약 2주간 2,000여 회의 코딩 세션을 돌려, 10만 줄 규모의 Rust 기반 C 컴파일러를 처음부터 구축했습니다(Nicholas Carlini 실험, 약 $20,000 비용). 이 컴파일러는 Linux 6.9 커널을 빌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생성AI가 미국 업무 시간의 25%를 자동화할 수 있고, 전 세계 약 3억 개 일자리가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진영의 핵심 질문은 이것입니다. AI가 기억뿐 아니라 추론, 창작, 판단까지 대행하게 되면 나는 무엇이 남는가?
네 개의 세상을 조감해보면, 기묘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네 진영은 동일한 대상, 스마트폰과 AI를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습니다. 클라크는 인지 시스템을 봅니다. 하이트는 병리를 봅니다. 주보프는 권력 구조를 봅니다. 대체론자들은 실존적 위협을 봅니다.
이 책의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넷 모두 맞습니다. 그리고 넷 모두 불완전합니다.
확장된 마음 이론은 스마트폰과 AI가 인지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정확히 포착합니다. 중독 연구는 그 통합이 건강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증거를 축적합니다. 알고리즘 비판은 통합의 설계자가 사용자가 아니라 플랫폼이라는 구조적 진실을 드러냅니다. 대체론은 AI가 가져올 근본적 변화의 규모를 정확히 인식합니다. 이 네 관점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들이 서로 다른 측면에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사실(fact)의 측면, 건강(health)의 측면, 권력(power)의 측면, 실존(existence)의 측면. 측면이 다른 주장들을 같은 평면에 놓으면 충돌처럼 보이지만, 측면을 구분하면 각각이 전체 그림의 필수적 조각임이 드러납니다.
이 책은 네 측면을 하나로 엮는 가이드를 제안합니다. 그 가이드의 이름은 인지 주권(Cognitive Sovereignty)입니다. 인지 주권이란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기억하고 판단하는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그리고 이 주권의 핵심은 기술로부터의 독립(independence)이 아니라 스스로 설계한 의존 즉 주도적 결합(sovereign coupling)에 있습니다. 클라크의 표현을 빌리면 인간은 태생부터 도구와 결합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제3부에서는 이 구분을 다룹니다.
이 책이 묻는 것
이 책의 질문은 세 개이며 각각은 기존 담론이 묻지 않았던 것을 묻습니다.
첫 번째 질문: 의존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누가 통제하는가
스마트폰과 AI 논쟁은 지금까지 "너무 많이 쓰는가, 적당히 쓰는가"라는 이용량 문제로 다뤄져 왔습니다. 그러나 확장된 마음 이론이 옳다면, 그러니까 스마트폰과 AI가 이미 인지 시스템의 일부라면 얼마나 쓰느냐는 핵심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자신의 폐를 하루에 얼마나 이용하느냐고 묻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며 질을 결정하는 것은 설계입니다. 누가 이 확장을 설계했습니까? 그 설계는 누구에게 더 이익이 됩니까?
두 번째 질문: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누가 설계했는가
1998년 클라크-챌머스 논문의 오토(Otto)는 자신의 노트를 자기가 썼습니다. 오토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오토의 목적에 맞게 기록했습니다. 오토의 노트는 오토에게 충실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스마트폰은 누가 설계했습니까? 인스타그램의 무한 스크롤(화면을 끝없이 아래로 내릴 수 있는 설계)은 여러분의 탐색 욕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 체류 시간 극대화를 통한 광고 단가 상승을 위해 설계된 측면이 강합니다. AI 추천 알고리즘도 마찬가지의 긴장을 안고 있습니다. 챗지피티가 "이것도 물어보시겠어요?"라고 제안할 때 그것은 여러분의 학습 목표를 돕는 동시에 대화를 더 길게 이어가게 하는 이중적 기능을 합니다.
오토의 노트와 여러분의 스마트폰+AI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오토의 노트는 오토의 확장이었습니다. 당신의 스마트폰과 AI는 누구의 확장입니까?
세 번째 질문: 개인의 절제가 아니라, 구조의 재설계
폰을 덜 봐라, AI에 너무 의존하지 마라, 의지력을 키워라. 이것은 지금까지 가장 흔한 조언이었습니다.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조언은 개인 책임론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수천 명의 엔지니어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여 여러분의 주의를 붙잡도록 최적화한 시스템에 대해 개인의 의지력만으로 저항하라고 말하는 것은 정교하게 설계된 카지노에서 도박 중독자에게 "자제력을 가져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세 질문을 하나로 관통하는 개념이 인지 주권입니다. 인지 주권이란 개인과 공동체가 자신의 확장된 마음을 스스로 설계하고 기억과 판단을 맡길 파트너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뜻합니다.
그리고 인지 주권이라는 언어는 세대마다 다르게 체감될 것입니다.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세대에게 주권은 이미 결합된 상태에서의 자율을 뜻하고, 이전 세대에게는 결합의 속도와 깊이를 조절하는 권리에 가깝습니다. 이 격차 자체가 이 시리즈가 다룰 주제입니다. 따라서 이 시리즈가 말하는 주권은 아날로그로 회귀를 뜻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확장 시리즈의 항해도
이 글은 다섯 개의 부로 구성됩니다. 각 부는 독립적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순서대로 읽을 때 논증의 축적력이 극대화됩니다.
제1부 "확장된 마음: 스마트폰과 AI는 이미 당신입니다" 편은 이론적 기초를 세웁니다. 클라크와 챌머스의 확장된 마음 이론, 대니얼 웨그너(Daniel Wegner)의 전이 기억(transactive memory, 사람들 사이에서 기억이 분산되어 저장되는 현상) 이론을 결합하여 스마트폰과 AI가 인지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메커니즘을 해명합니다. 동시에 이 확장이 '하이재킹(hijacking)', 즉 납치될 수 있다는 위험을 이론적으로 정립합니다.
제2부 "포획의 해부학: 확장된 마음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는 그 렌즈로 현실을 해부합니다. 중독이라는 언어가 왜 부정확한지 주의가 파편화될 때 무엇이 일어나는지, 담론의 어떤 부분이 과장이고 어떤 부분이 실재하는지 그리고 왜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한지를 다룹니다.
제3부 "주권의 회복: 확장은 선택이어야 합니다"는 진단에서 처방으로 전환합니다. 자율성을 회복하는 환경 설계, 기억 파트너를 다원화하는 전략, 알림과 추천의 재설계, 그리고 일할 때, 쉴 때, 관계 맺을 때 각 맥락에 맞는 전략을 제시합니다. 주도적 결합의 실천적 매뉴얼이 이 부에서 구체화됩니다.
제4부 "구조를 바꾸다: 기업의 책임과 정책의 역할" 편은 개인 차원의 합의를 사회적, 제도적 차원으로 확장합니다. 기업의 윤리적 설계 의무, EU 디지털서비스법(DSA)과 AI법(AI Act), 한국 AI 기본법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인지 주권의 법적 기초를 다룹니다.
마지막으로 제5부 "미래를 설계하기: AI 시대의 인지 주권"은 우리의 시야를 미래로 확장합니다. 생성AI 에이전트가 스마트폰보다 더 깊은 인지 통합을 예고하는 상황,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가 생각과 도구의 경계 자체를 소멸시키려는 상황에서, 인지 주권은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한 가지 고백으로 이 서론을 닫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저는 매일 스마트폰으로 자료를 검색하고, AI에게 초안의 논리를 점검받았습니다. 이 책은 스마트폰과 AI 없이는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과 AI는 이 책의 비판 대상이면서 동시에 이 책의 제작 도구입니다. 이 역설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이 글은 스마트폰을 버리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AI를 두려워하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과 AI를 되찾자고 말합니다. 확장된 마음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확장의 주인이 되자는 것입니다.
당신의 생각이 정말 당신의 것인지, 이제부터 함께 확인해봅시다. / raylogue
FAQ
Q1.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 이론이 스마트폰과 AI 시대에 어떻게 적용되나요?
1998년 앤디 클라크와 데이비드 챌머스는 "마음의 경계는 두개골이 아니라 기능이 결정한다"라고 주장합니다. 외부 도구가 내부 인지와 기능적으로 동등하고, 항상 곁에 있으며 의심 없이 자동으로 접근 가능하다면 그 도구는 인지 시스템의 일부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25년 클라크는 Nature Communications에 후속 논문을 발표해 생성AI를 이 확장의 새로운 단계로 정의했습니다. 스마트폰이 기억과 연결을 외부화했다면 AI는 판단, 생성, 추론까지 외부 파트너와 분담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Q2. 인지 주권(Cognitive Sovereignty)은 디지털 디톡스와 어떻게 다른가요?
디지털 디톡스는 기술로부터 일시적 또는 전면적으로 거리를 두는 개인 수준의 절제 전략입니다. 반면 인지 주권은 "확장은 이미 일어났다"는 전제 위에서 그 확장을 누가 설계했고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지를 묻는 구조적 관점입니다. 핵심은 독립이 아니라 주도적 결합(sovereign coupling) 즉 스스로 설계한 의존입니다. 인지 주권은 개인의 환경 설계뿐 아니라 플랫폼의 윤리적 설계 의무, 국가의 규제 체계까지 포괄하는 다층 개념입니다.
Q3. AI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은 인간 지능의 퇴보인가요, 진화인가요?
두 진영이 공존합니다. 앤디 클라크의 확장된 마음 계열은 이를 "하이브리드 인지(hybrid cognition)"의 진화로 봅니다. 반면 조너선 하이트와 인지 오프로딩(cognitive offloading) 연구 계열은 판단 외주화가 기억, 주의, 메타인지의 퇴화를 낳는다고 경고합니다. 이 책의 입장은 둘을 양자택일이 아닌 설계의 문제로 재정의합니다. AI와 결합이 여러분의 학습을 돕도록 설계되었는지 아니면 여러분의 체류를 유도하도록 설계되었는지에 따라 같은 AI가 진화의 도구가 될 수도, 퇴화의 기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Q4. 노모포비아(Nomophobia)는 실제 정신질환인가요?
노모포비아는 no-mobile-phone phobia의 합성어로 스마트폰과 분리될 때 느끼는 강한 불안을 뜻합니다. 공식적으로 DSM-5나 ICD-11에 독립 진단명으로 등재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약 66%의 성인이 일정 수준의 노모포비아를 경험하며 2025년 PLOS One 메타분석(43개국·36,656명)은 경증 포함 전반적 유병률을 94%까지 보고합니다. 측정 도구(NMP-Q 등)와 절단점에 따라 수치가 크게 달라지므로 유병률은 단일 숫자가 아니라 스펙트럼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Q5. 2026년 한국의 학교 내 스마트폰 금지는 어떤 근거로 시행되나요?
2025년 8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2026년 3월 1일부터 초중고 수업 시간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장애 학생의 보조기기 사용과 명시적 교육 목적 사용은 예외입니다. 정책의 근거는 주의 분산과 학습 저해에 관한 교육 현장 보고 그리고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한 세대가 촉발한 청소년 정신건강 논쟁입니다. 단, 옥스퍼드 OII의 앤드류 프르지빌스키 등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단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어, 정책의 효과성 평가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