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 전북 산업혁신기금 공약을 읽는 법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전북 도민 1인당 연 290만원 배당을 제안했다. 반도체 기업 지분 20%를 확보하면 가능하다는 구조다. "현행법으로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맞다. 그런데 그 법을 바꾸겠다는 것이 공약의 내용이다. 알래스카 주민들은 1976년 헌법을 직접 고쳐 영구기금을 만들었다. 전북이 지금 던지는 질문의 무게를 수치 역산과 법제도 분석으로 해부한다.

민트색 배경 위에 세 개의 아치가 왼쪽부터 완성, 진행, 설계 단계로 놓여 있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미래의 분배 가능성을 암시하는 추상 이미지.
법 개정, 기금 설치, 배당으로 이어지는 세 단계의 순차 구조를 진행 중인 아치 건설로 추상화한 이미지. ©RayLogue: AI-created image(Chatgpt)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4월 13일

2026년 4월 13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 문장을 내놨다. "연 50조원 순이익 반도체 기업의 20% 지분을 확보하면 전북 도민 1인당 연 290만원 배당이 가능하다." 이 문장을 듣고 나는 바로 검색해봤다. "그게 지금 법으로 가능해?" 맞다. 가능하지 않다. 지방자치단체가 삼성전자에 2조원을 출자해 주주가 되는 구조는 현행 법체계에 근거가 없다.

그런데 이것이 비판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공약과 법제도가 엇갈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법을 뜯어고쳐서 공약을 지켜주겠다는 것이 바로 이 공약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으로 안 된다"는 지적은 이 공약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 공약의 출발점을 확인해주는 말에 불과하다.

공약이 먼저, 법이 나중이어야 하는 이유

입법의 역사는 대부분 공약이 법을 앞서는 순서로 움직였다. 법을 만들거나 바꿔서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공약이고 의지가 먼저 있어야 입법이 뒤따른다. 법이 먼저 존재한 다음에 공약이 나온다면 그것은 공약이 아니라 시행령 설명이다.

기본소득당 보도자료는 이 점을 숨기지 않는다. "전북특별자치도법 개정으로 전북도의 첨단산업에 대한 직접 또는 간접 지분투자의 근거 마련, 역내 유망산업에 대한 투자 전용 목적의 산업혁신기금의 설치, 전문 역량을 갖춘 투자심사기구의 구성, 기금 수익의 주민 배당이 주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법을 바꾸는 것이 공약의 내용이고, 법이 없다는 것은 아직 싸움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뜻이지 싸울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법학도의 시각에서 이 공약이 흥미로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싸움의 구도가 선명하기 때문이다. 지방재정법, 출자출연법,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의 교차 지점에 구멍을 하나 내는 작업이다. 전북특별자치도법에 특례 조항을 신설해 지자체가 첨단산업 기업의 지분을 직접 취득하고 그 수익을 주민에게 배당할 수 있는 법적 경로를 만들면 된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입법이 아니다.

수치는 말이 된다

290만원이라는 숫자를 직접 역산해보자. 50조원 이익의 20%는 10조원이다. 전북 인구 약 178만명에게 10조원 전액을 배분하면 1인당 약 562만원이 나온다. 보도자료 수치 290만원은 562만원의 절반이다. 이 부분이 좀 이해가 안되서 약간 파보았다.

이 차이는 기금 운용의 기본 설계로 설명된다. 지분투자 수익 전부를 매년 소진하면 기금 자체가 유지되지 않는다. 알래스카 영구기금(Alaska Permanent Fund)은 실제로 이 원칙을 따른다. 운용 수익을 주민 배당(Permanent Fund Dividend), 인플레이션 방어금, 기금 재투자의 세 갈래로 분리한다. 기본소득당의 계산 구조도 이와 유사하게 수익의 절반은 기금 유지·재투자, 나머지 절반만 주민 배당으로 설계했을 것이다. 5조원 ÷ 178만명 = 약 281만원. 290만원과 오차 범위 안이다. 물론 이건 나의 해석이지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다. 이것 말고도 꽤 다른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알래스카가 했다면 전북이 못 할 이유가 없다

알래스카 영구기금은 지금 이 공약이 꿈꾸는 것의 현실 버전이다. 1976년 알래스카 주민들은 주민투표를 통해 주 헌법 제9조 제15항에 "천연자원 임대료·로열티 수입의 최대 25%를 영구기금에 적립한다"는 조항을 직접 삽입했다. 법이 없어서 불가능한 것을 법 자체를 고쳐 가능하게 만든 사례다. 이 기금은 1980년 설립된 후 2024년 기준 주민 1인당 1,704달러(약 23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알래스카 모델과 전북 모델은 구조가 다르다. 알래스카는 주 소유 천연자원의 로열티가 수익원이고 전북은 민간 기업에 직접 투자해 지분 수익을 얻는 구조다. 알래스카가 자원 > 기금 > 배당의 흐름이라면, 전북은 투자 > 지분 > 배당이다. 투자 손실 리스크가 당연히 구조 안에 들어 있고 법적 경로도 더 복잡하다.

그러나 핵심은 같다. 공동체가 만든 부를 공동체에 돌려준다는 원칙. 알래스카 주민들은 이것을 헌법 개정으로 관철했다. 당시 주지사 제이 해먼드는 석유 수익을 공동 자산으로 적립해 미래 세대를 위해 비축해야 한다는 논리로 주민을 설득했다. 전북이 반도체 호황의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질문을 지금 던지지 않으면 호황이 지나간 뒤 전북에 남는 것은 없다.

소수 정당이 입법 의제를 선점하는 방식

레이로그는 지난 두 달간 기본소득당의 정치개혁 농성 시리즈를 다섯 편 썼다. 헌재의 명령을 방치한 거대 양당, 법정 시한을 세 번 어긴 선거구 획정, 소수 정당이 천막을 치고 23일을 버틴 이야기. 그 과정에서 확인한 것이 하나 있다. 소수 정당의 공약은 단기 실현이 목적이 아닐 때 더 강력하다.

의제를 선점한다는 것은 담론의 좌표를 이동시키는 일이다. 지금 전북에서 "반도체 기업 이익의 일부를 도민에게 배당해야 한다"는 명제가 공론장에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이 공약의 성과다. 기본소득당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의회에 의원을 내보낸다면 전북특별자치도법 개정 논의를 도의회 안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다. 단독으로 법을 바꿀 수 없어도 쟁점을 만들고 연대를 조직하는 것은 1석으로도 가능하다. 법이 없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법을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래 기능이다.

실제로 전북 임실의 김철호 후보가 도의원에 도전하는 중이다. 나는 근거리에서, 원거리에서 그를 몇 번 봤는데, 일단 그 말투가 꽤 호감이다.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라서 정치인과 어울리지 않을 거 같았는데 사회경험과 출마의지를 들어보면 이런 사람이 지방 의회에 나가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북이 지금 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

기본소득당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북의 2024년 1인당 GRDP는 3,798만원으로 5년 연속 전국 최하위다. 인접한 충남(6,776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GR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하다. 같은 충남은 47%, 전남도 31%다. 수십 년간 지역 정치를 독점한 거대 정당의 산업 정책이 전북에 무엇을 남겼는지 이 숫자들이 말해준다.

그래서 지방이 발전하려면 거대정당 만으로는 안된다. 거대정당은 전북을 당연히 자기의 지지층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 지역의 살림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군산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 이유가 충분하지만 지금은 그 이류를 밝힐 글은 아니다. 하지만 다녀올 때마다 군산의 현실은 속이 상한다. 대기업 공장은 빠지고 사람도 줄고 소비도 준다. 관광객으로 버는 수입은 한계가 있다. 그동안 거대정당은 무엇을 했나. 군산의 삶이 무너지는 동안 나는 거대정당이 거기서 뭘 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소수정당은 다르다. 소수정당은 살 길이 그저 지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수 밖에 없다.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이라는 큰 전제 하에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데 관심이 있는 정당이다.

기본소득당 공약의 핵심 전제는 이렇다. AI 반도체 시대의 이익은 반도체 클러스터 주변에 집중된다. 그 이익이 기업과 주주에게만 귀속되는 구조를 방치하면 전북이 새만금에 반도체 특구를 유치해도 전북에 남는 것은 부지 제공과 세금 감면의 기회 비용뿐이다. 반면 지자체가 지분을 확보한다면 클러스터가 번성할수록 전북 도민의 배당도 커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산업 유치와 이익 공유가 동시에 설계된 모델이다.

법이 없다는 것은 맞다. 법은 만들면 된다. 알래스카 주민들이 1976년에 그걸 해냈다. 전북이 2026년에 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이 오늘 이 공약의 의미다. / raylogue

FAQ

Q1. 기본소득당이 제안한 전북 산업혁신기금이란 무엇인가?

전북도가 2조원 규모의 산업혁신기금을 조성해 새만금 반도체 기업에 직접 지분투자 하고 그 수익을 전북 도민에게 배당하는 제도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2026년 4월 13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발표한 공약으로 연 50조원 순이익 기업의 20% 지분을 확보할 경우 도민 1인당 연 290만원 배당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Q2. 전북특별자치도가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주식을 직접 살 수 있는가?

현행 법체계로는 불가능하다. 지방재정법, 출자출연법 등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민간 법인 출자는 공공목적의 한정된 경우에만 허용되며, 상장된 민간 대기업의 기존 주식을 지자체가 직접 취득해 주주가 되는 구조는 법적 근거가 없다. 기본소득당은 이를 알고 있으며, 전북특별자치도법 개정을 통해 지분투자 근거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에 명시했다.

Q3. 공약에서 말한 290만원 배당은 어떻게 계산된 수치인가?

50조원 이익의 20%는 10조원이고, 전북 인구 약 178만명에게 전액 배분하면 1인당 562만원이 된다. 290만원은 이 금액의 절반이다. 지분투자 수익 전부를 배당으로 소진하면 기금 원금이 유지되지 않으므로 수익의 절반은 기금 재투자에 유보하고 나머지 절반만 주민에게 배당하는 구조로 설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알래스카 영구기금도 운용 수익을 배당·인플레이션 방어, 재투자의 세 갈래로 분리 운용한다. 다만 이 배분 구조는 공약 문서에 명시되지 않았다.

Q4. 알래스카 영구기금과 기본소득당 전북 모델은 어떻게 다른가?

알래스카 영구기금은 주 소유 천연자원의 로열티가 수익원이다. 주가 이미 소유한 자원에서 나오는 수익을 기금에 적립하고 운용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반면 전북 모델은 지자체가 민간 기업에 직접 투자해 지분을 취득하고 기업의 이익 배당을 수령하는 구조다. 알래스카는 자원>기금>배당의 흐름이고, 전북은 투자>지분>배당이다. 알래스카 영구기금은 1976년 주민투표를 통해 주 헌법에 근거 조항을 직접 삽입해 만들었다.

Q5. 이 공약이 실현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세 단계가 순서대로 필요하다. 첫째, 전북특별자치도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의 첨단산업 기업 지분투자 근거 조항 신설. 둘째, 산업혁신기금 설치와 투자심사기구 구성. 셋째, 기금 수익의 주민 배당 집행. 법 개정은 국회 본회의 통과가 필요하며 기본소득당 단독 처리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도의회 의석을 확보하면 전북 차원의 논의를 공론장에 올리고 중앙 입법 연대를 조직하는 기반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