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확장 1] 노트에서 스마트폰, 그리고 생성AI까지

클라크와 챌머스의 확장된 마음은 인지가 두개골 안에만 갇히지 않으며 외부 도구가 항상성, 직접성, 기능적 동등성, 결손 시 손상을 충족하면 인지 시스템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토의 노트 사고실험을 출발점으로, 스마트폰이 기억, 계획, 탐색을 통합 확장하는 방식과 생성AI가 요약, 분석, 추론 등 사고 처리까지 확장하는 질적 차이를 비교한다. 끝으로 AI 시대의 확장된 인지 위생 필요성을 제기한다.

레몬 옐로 배경 위에 사람 머리 실루엣이 있고, 머릿속의 밝은 신경망이 왼쪽 노트와 오른쪽 스마트폰·AI 말풍선 인터페이스로 이어지며, 연결 지점에 작은 방패 아이콘이 놓인 개념 일러스트.
인간의 사고는 두개골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노트, 스마트폰, 생성형 AI까지 이어지는 인지의 외부화와 그 사이에 필요한 비판적 필터를 한 화면에 담은 일러스트. ©RayLogue: AI-created image(Chatgpt)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4월 18일

1998년, 두 철학자의 도발

철학 논문이 세상을 바꾸는 일은 드뭅니다. 대부분의 철학 논문은 동료 학자 수십 명에게 읽히고 학술 회의에서 한두 번 인용되다가 서가 깊은 곳으로 사라집니다. 그러나 가끔, 아주 가끔, 13페이지짜리 논문 하나가 이후 수십 년간의 논쟁을 조직하고 새로운 연구 흐름의 기준점이 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1998년 1월, 철학 저널 Analysis 제58권 1호에 한 편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앤디 클라크(Andy Clark)와 데이비드 챌머스(David Chalmers)의 <확장된 마음(The Extended Mind)>입니다. 클라크는 당시 워싱턴 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에서 PNP(Philosophy-Neuroscience-Psychology)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었고, 챌머스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타크루즈(UC Santa Cruz)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챌머스는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클라크의 포스트닥(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이 기간에 두 사람은 이 논문의 초고를 함께 썼습니다.

논문의 핵심 주장은 도발적이면서도 단순했습니다. 마음(mind)은 두개골 안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외부 환경에 있는 도구, 장치, 구조물이 특정 조건을 충족할 때, 그것은 인지 시스템(cognitive system), 쉽게 말해 생각하는 체계의 정당한 구성 요소가 됩니다. 마음의 경계를 결정하는 것은 피부나 두개골이라는 물리적 막이 아니라 인지 기능을 실제로 수행하느냐의 여부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지는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인지는 우리가 보고 듣고 기억하고 판단해서 행동하는 모든 마음의 과정입니다. 단순히 알아차리는 것을 넘어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의미를 이해하고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이 주장이 왜 도발적이었는지를 이해하려면, 당시까지 지배적이었던 관점을 먼저 떠올려야 합니다. 서양 철학의 주류 전통에서 마음은 본질적으로 내적인 것이었습니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는 생각하는 주체(res cogitans)를 물리적 세계(res extensa)와 분리했고, 이 이분법은 근대 이후 인지과학에도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인지는 뇌 안에서 일어나는 정보 처리 과정이며 외부 세계는 입력(input)과 출력(output)의 대상일 뿐 인지 자체의 일부는 아니라는 것이 통상적 전제였습니다. 클라크와 챌머스는 이 전제에 정면으로 도전했습니다.

두 철학자가 제안한 개념의 이름은 '능동적 외재주의(active externalism)'였습니다. 기존의 외재주의는 쉽게 말해, 단어의 뜻은 머릿 속에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바깥 세계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클라크와 챌머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는 과정 자체도 머리 밖의 도구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머릿속에서 기억을 떠올리든 노트나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든 그 기능이 비슷하다면 둘 다 인지의 일부로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왜 머리 안에서 한 계산은 진짜 생각이고, 도구를 써서 한 계산은 단순한 도구 사용이라고만 볼까?"라고 질문했습니다. 이 질문이 바로 확장된 마음 이론의 출발점입니다.

논문 자체는 13페이지에 불과했지만 그 파급력은 거대했습니다. 이 논문은 인지과학, 심리철학, 기술철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텍스트 중 하나가 되었으며, 4E 인지(4E cognition) 즉 체화된(Embodied), 삽입된(Embedded), 행위한(Enacted), 확장된(Extended) 인지라는 연구 프로그램 전체의 기둥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이 발표된 1998년이라는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998년은 구글이 설립된 해이자 아이폰 출시(2007년)보다 9년 전이고 챗지피티가 등장한 2022년 보다는 24년 전입니다. 클라크와 챌머스가 확장된 마음을 논할 때 염두에 둔 도구는 노트, 계산기, 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스마트폰도 AI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론은 살아남았습니다. 클라크는 2008년에 출간한 Supersizing the Mind에서 이 이론을 본격적으로 확장했고, 2025년 5월에는 Nature Communications<생성형 AI를 통한 마음의 확장(Extending Minds with Generative AI)>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클라크는 이렇게 선언합니다. "인간-AI 협업이 표준이 되어가는 시대에, 우리는 우리의 기본적 본성이 혼종적 사고 체계(hybrid thinking systems), 즉 비생물학적 자원을 유연하게 통합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임을 상기해야 합니다." 확장된 마음의 사정거리는 노트에서 스마트폰을 넘어, 이제 AI까지 이르렀습니다.

오토와 그의 노트

확장된 마음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클라크와 챌머스가 원논문에서 제시한 사고 실험을 따라가 봅시다. 이 사고 실험의 주인공은 두 명입니다. 잉가(Inga)와 오토(Otto).

잉가는 뉴욕에 사는 건강한 여성입니다. 어느 날 잉가는 현대미술관(MoMA)에서 전시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보기로 결심합니다. 잠시 생각한 끝에 잉가는 현대미술관이 53번가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냅니다. 그녀는 53번가로 향합니다. 여기서 인지적으로 일어난 일은 단순합니다. 잉가는 자신의 생물학적 기억(장기 기억)에서 정보를 꺼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한 것입니다.

오토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남성입니다. 오토도 현대미술관 전시 이야기를 듣고 가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오토는 장기 기억에 의존할 수 없습니다. 대신 오토는 항상 작은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중요한 정보를 기록해둡니다. 오토는 노트를 펼쳐 "현대미술관: 53번가"라는 항목을 찾습니다. 오토도 53번가로 향합니다.

클라크와 챌머스가 던지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잉가가 기억에서 정보를 꺼낸 것과 오토가 노트에서 정보를 확인한 것 사이에 인지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습니까? 물론 표면적으로는 차이가 명백합니다. 잉가의 정보는 뇌 안에 있었고 오토의 정보는 노트 안에 있었습니다. 하나는 생물학적이고 다른 하나는 물리적입니다. 하나는 진짜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기록이었습니다.

클라크와 챌머스의 답은 아니오였습니다. 기능적 관점에서 보면 두 과정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둘 다 특정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접근해 행동의 근거로 삼습니다. 정보가 저장된 물리적 위치, 뉴런(신경세포)의 시냅스(연결 지점)인가, 종이 위의 잉크인가 하는 인지 기능의 관점에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능이지, 기질(substrate), 즉 재료가 아닙니다.

네 가지 조건

클라크와 챌머스가 원논문에서 제시한 조건들을 정리하면, 외부 자원이 확장된 인지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를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항상성(constant availability), 즉 항상 곁에 있어야 합니다. 오토의 노트는 거의 항상 오토와 함께 있습니다. 오토는 외출할 때 노트를 반드시 챙기고 노트 없이 집을 나서는 일은 없습니다. 도서관의 백과사전이 오토의 기억과 동등하지 않은 이유는 백과사전이 항상 곁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끔 사용하는 도구는 인지 시스템이 아니라 그냥 도구입니다.

둘째, 직접성(direct access). 의심 없이 자동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토가 노트에서 정보를 찾을 때, 오토는 그 정보의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 노트에 적힌 것이 맞나?" 하고 매번 검증하지 않습니다. 잉가가 자신의 기억을 떠올릴 때 "이 기억이 맞나?"라고 매번 의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잉가의 기억도 틀릴 수 있고, 오토의 노트도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일상적 사용에서 의심 없이 자동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기능적 동등성(functional parity)으로 내부 인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오토의 노트에 저장된 정보와 잉가의 뇌에 저장된 정보는 동일한 인지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둘 다 믿음(belief)을 형성하는 기반이 되고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며 다른 인지 과정과 통합됩니다.

넷째, 결손 시 손상(constitutive role)이 있어야 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없으면 인지 능력이 실제로 떨어져야 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오토의 노트를 빼앗는다면 오토의 인지 능력은 실질적으로 손상됩니다. 이것은 잉가가 특정 기억을 잃는 것과 기능적으로 동일한 사태입니다. 단순히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지 시스템의 일부가 제거되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 조건은 이론적으로 간결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조건들이 1998년의 맥락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토의 노트는 수동적입니다. 오토가 쓰고 오토가 읽습니다. 노트는 스스로 내용을 바꾸지 않으며 오토에게 무언가를 권하지 않으며 오토의 주의를 끌기 위해 경쟁하지 않습니다. 노트에는 광고가 없고 알림도 없고 추천 알고리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조건들을 오늘날의 스마트폰과 AI에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스마트폰: 오토의 노트를 넘어서

네 가지 조건을 하나씩 적용해봅시다.

우선 항상성입니다. 스마트폰은 오토의 노트보다 훨씬 더 깊게 같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대다수는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스마트폰 접근 범위 내에서 보냅니다. 잠자리에서도 손이 닿는 곳에 둡니다. 화장실에도 가져갑니다. 여러분이 스마트폰 없이 외출하는 일은 얼마나 자주 있습니까? 그리고 그 드문 순간, 여러분이 스마트폰 없이 외출한 그 순간에 여러분은 무엇을 느낍니까?

다음으로 직접성입니다. 스마트폰의 정보에 접근하는 속도는 생물학적 기억을 꺼내는 속도에 근접하거나 어떤 영역에서는 더 빠릅니다. 예컨대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 소요 시간"을 기억에서 꺼내는 것과 스마트폰에서 검색하는 것 사이의 시간 차이는 몇 초에 불과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접근이 의심 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스마트폰 캘린더에 적힌 다음 주 일정을 확인할 때, "이것이 맞는 정보인가?"라고 의심하지 않습니다.

기능적 동등성도 살펴봅시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기억 저장소가 아닙니다. 일정 관리(미래에 대한 계획), 연락처(사회적 관계의 지도), 사진(과거의 기록), 메모(아이디어의 외부화), 지도(공간 인지), 계산기(수리적 추론), 번역기(언어 능력의 확장)까지 스마트폰은 인간 인지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능적으로 같은 결과물을 제공합니다. 오토의 노트가 기억이라는 단일 기능을 확장했다면 스마트폰은 인지 시스템 전체를 확장합니다.

마지막으로 결손 시 손상입니다. 사실은 이것이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서론에서 이미 언급한 노모포비아(nomophobia) 연구를 다시 떠올려봅시다. 약 66%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스마트폰 없이 지내는 것에 불안을 느낍니다. 이 불안의 질감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자신의 일부가 잘려나간 듯한 상실감에 가깝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손상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면 확장된 마음 이론의 설명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오늘 오후의 일정을 모릅니다(미래 계획 능력 상실). 친구에게 연락할 방법을 모릅니다(사회적 접근성 상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모릅니다(공간 인지 능력 상실). 어제 읽던 기사를 다시 찾을 수 없습니다(정보 접근성 상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뇌 손상에 의해 발생했다면, 우리는 주저 없이 "인지 능력의 손상"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스마트폰 분실에 의해 동일한 기능 상실이 발생할 때 우리는 왜 다르게 부릅니까?

클라크와 챌머스의 논문이 제기하는 질문의 핵심이 여기에 있습니다. 동일한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는데 물리적 위치만 다르다는 이유로 하나는 인지이고 다른 하나는 아닌 것입니까? 그것은 인지에 대한 이론이 아니라, 인지에 대한 편견이 아닐까요?

AI: 오토의 노트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제 같은 네 가지 조건을 AI에 적용해봅시다. 그러면 스마트폰과는 질적으로 다른 풍경이 열립니다.

항상성을 봅시다. 2026년 현재, AI는 스마트폰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항상 함께 합니다. 챗지피티는 스마트폰 앱, 데스크톱, 웹 브라우저, 심지어 음성 인터페이스를 통해 거의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습니다. 클로드는 자체 기능은 물론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외부 프로그램 안에도 들어가 업무 시간 내내 옆에 앉아 있습니다. SKT의 에이닷은 전화 통화 중에 실시간 통역을 제공합니다. AI는 이제 별도의 앱을 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열려 있는 앱 안에 살고 있습니다. 항상성의 조건을 충족하는 속도가 스마트폰보다 훨씬 빠릅니다.

직접성은 어떨까요. 여기서 AI는 스마트폰을 질적으로 넘어섭니다. 스마트폰에 정보를 검색하려면 적어도 검색어를 입력하고 결과를 읽어야 합니다. AI에게는 자연어, 즉 일상적인 말로 물어보면 됩니다. "이번 주 수요일에 시간 되는 회의실 찾아줘"라고 말하면 답이 나옵니다. 접근의 마찰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AI의 답변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AI가 알려주는 정보를 자신의 기억처럼 자동적으로 신뢰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클라크가 말한 '의심 없는 접근(unhesitating access)'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기능적 동등성이 가장 중요한 지점입니다. 스마트폰이 기억, 계획, 연결 등 인지를 저장하고 인출하는 기능을 확장했다면 AI는 인지를 '처리(processing)'하는 기능까지 확장했습니다. 스마트폰은 "이 정보를 찾아줘"에 답합니다. AI는 "이 정보를 분석해줘", "이 글의 논리를 점검해줘",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제안해줘"에 답합니다. 추론, 분석, 종합, 심지어 창작까지 AI는 인간 인지의 가장 고차원적인 기능과 기능적으로 동등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토의 노트는 기억만 확장했습니다. 스마트폰은 기억 + 연결 + 탐색을 확장했습니다. AI는 기억 + 연결 + 탐색 + 사고를 확장합니다.

결손 시 손상은 어떨까요. AI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사용할 수 없게 된 경험이 있다면, 그때 느낀 것을 떠올려보십시오. 2024년 이후 AI를 업무에 활발히 활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고되는 경험은 이렇습니다. AI 없이 긴 문서를 요약하려니 막막합니다. AI 없이 코드를 디버깅하려니 시간이 두 배, 세 배 걸립니다. AI 없이 외국어 이메일을 쓰려니 자신감이 없습니다. 이것은 노모포비아의 인지적 버전입니다. 스마트폰을 잃으면 기억과 연결이 끊기지만, AI를 잃으면 사고의 파트너가 사라집니다.

확장의 계보: 노트 > 스마트폰 > AI

여기까지의 분석을 하나로 엮으면, 인간 인지의 확장에 하나의 계보가 보입니다.

오토의 노트는 기억의 확장이었습니다. 하나의 기능(기억)을, 하나의 매체(종이)로, 이용자 자신이 직접 통제하며 확장했습니다. 노트는 수동적이었습니다. 오토가 쓰고 오토가 읽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인지 시스템을 전체로 확장했습니다. 기억, 계획, 연결, 탐색, 소통을 하나의 장치가 동시에 확장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여전히 '저장과 인출'의 도구입니다. 우리가 질문하면 정보를 보여줍니다. 스스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AI는 사고 자체의 확장입니다.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하는 것을 넘어 분석하고 추론하고 제안하고 심지어 창작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AI는 오토의 노트나 스마트폰과 달리 능동적입니다. AI는 당신이 묻기 전에 맥락을 파악하고 당신이 기대하지 않은 관점을 제시하며 때로는 당신의 생각을 바꿔놓습니다.

클라크가 2025년 논문에서 특히 강조한 것이 바로 이 능동성입니다. 클라크는 AI 바둑(Go) 프로그램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초인적(superhuman) AI 바둑 전략이 등장한 이후, 인간 바둑 기사들의 수에서도 참신성이 증가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참신성이 AI의 수를 그대로 따라 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AI가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이 인간 기사들의 사고 공간 자체를 넓힌 것입니다. 수백 년간 축적된 관습적 사고를 넘어 이전에는 탐색하지 않았던 전략적 공간을 탐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이 확장된 마음의 최전선입니다. AI는 단순히 기억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오토의 노트는 오토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기록했습니다. 스마트폰은 오토가 모르는 것을 검색하게 해주었습니다. AI는 오토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클라크의 경고: 확장된 인지 위생

그러나 클라크 자신도 무조건적 낙관론자가 아닙니다. 2025년 논문에서 그는 '확장된 인지 위생(extended cognitive hygiene)'이라는 개념을 제안합니다. 확장된 마음을 가진 존재로서 우리가 무엇을 자신의 인지 시스템에 통합할 것인지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클라크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생성형 AI에게 비판 없이 기대어 그것이 제공하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혜는 쇠퇴하고 집단적 자기 표절이 만연하며 인간의 창의성은 서서히 잠식될 것이다."

이 경고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과 직결됩니다. 확장은 일어났습니다. 스마트폰이 기억과 연결을 확장했고, AI가 사고 자체를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확장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깊습니다. 문제는 확장 자체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 확장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조건에서 설계했는가입니다.

오토의 노트를 기억하십시오. 오토의 노트는 오토가 썼고, 오토를 위해 존재했으며, 오토의 완전한 통제 하에 있었습니다. 우리의 스마트폰과 AI는 어떻습니까? 누가 설계했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며, 누구의 통제 하에 있습니까? / raylogue

FAQ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 이론의 핵심 주장은 무엇인가요?

마음/인지가 두개골 안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외부 도구가 특정 조건(항상성, 직접성, 기능적 동등성, 결손 시 손상)을 충족하면 인지 시스템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오토의 노트 사례는 왜 중요한가요?

기억을 뇌 속에서 꺼내는 것과 노트에서 확인하는 것이 기능적으로 동등하다면 둘 다 인지 과정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은 오토의 노트와 무엇이 다른가요?

노트가 기억 중심의 단일 확장이라면 스마트폰은 일정, 관계, 탐색, 기록 등 인지 기능 전반을 통합적으로 확장합니다. 동시에 알림/추천 같은 주의 경쟁 요소도 함께 들어옵니다.

생성형 AI는 스마트폰과 비교해 어떤 점에서 질적으로 다른가요?

스마트폰이 주로 저장, 검색, 인출을 돕는다면 생성형 AI는 요약, 분석, 추론, 제안, 초안 작성 등 사고(처리) 기능까지 확장해 인간의 사고 공간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확장된 인지 위생(extended cognitive hygiene)이란 무엇인가요?

외부 도구(특히 AI)를 인지 시스템에 통합할 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맡기고 무엇을 스스로 유지할지에 대한 비판적 기준과 습관을 갖추는 것을 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