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 우리가 가면 농촌은 소멸하지 않는다
농촌에 살아도 기본소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도농복합시 읍면 주민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2026년 4월 이 불합리를 정면으로 겨냥한 전남광주 농어촌기본소득 전면실시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급 대상을 군이 아닌 읍면으로 명시하고, 사회연대경제로 마을 안 순환경제를 설계하고, 재생에너지 시민배당을 재원 경로로 제시한다. 행정 경계선, 공동체 경제, 에너지 이익의 환류. 세 개의 질문이 하나의 공약 안에 있다.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4월 21일
기본소득당 전남광주 대도약 3호 공약이 던지는 세 개의 질문
전남 어느 도농복합시(1995년부터 인근 시와 군을 통합해 하나의 행정단위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게 도농복합시다)의 읍면에 사는 농민을 상상해보자. 같은 논을 경작하고 같은 소멸 위기의 마을에 살고 같은 고령화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그런데 군에 사는 이웃은 국가 시범사업으로 농어촌기본소득을 받고, 이 농민은 못 받는다. 차이는 하나다. 행정 경계선. 농지의 위치가 아니라 주소지가 속한 행정 단위가 수급권을 결정한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2026년 4월 21일 전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2027년 전남광주 농어촌기본소득 전면실시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공약은 단순히 기본소득 지급 확대 선언이 아니다. 위에서 묘사한 불합리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기본소득을 돌봄과 사회연대경제와 연결하고 재생에너지 시민배당이라는 새로운 재원론으로 지평을 넓힌다. 세 개의 질문을 따라가면 이 공약이 무엇을 바꾸려 하는지 보인다.
행정 경계선이 기본권을 나눌 수 있는가
용혜인 대표가 대표 발의한 농어촌기본소득법은 지급 대상 지역을 군이 아닌 읍면으로 규정한다. 이번 공약 발표에서도 "농어촌기본소득은 군 단위가 아닌 읍면 주민에게 지급돼야 한다"며 도농복합시 읍면 주민들의 소외 문제를 끝까지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원칙의 문제다.
1994년 입법되어 1995년부터 시행된 도농복합형태의 시 제도는 중심 도시와 주변 농촌의 생활권을 하나의 행정단위로 통합한 제도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 구조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같은 농촌에 살면서도 주소가 읍면이냐 군이냐에 따라 정책 수혜가 갈리는 것이다. 전남광주에만 해도 도농복합시의 읍면에 거주하는 농어촌 주민이 상당수에 달하며 현행 농식품부 시범사업 설계로는 이들이 수급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
영국의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Ronald Dworkin)은 법의 제국(Law's Empire, 1986)에서 국가가 구성원을 동등한 배려(equal concern)로 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조건에 있는 사람을 다르게 취급하려면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한국 농촌 정책의 현실에 정확히 맞닿아 있다. 농어촌기본소득의 논거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고, 소멸 위기 농촌 공동체의 재생이다. 이 논거는 읍면 주민에게도 동등하게 성립한다. 행정 편의를 위해 설계된 도농복합시 경계가 기본소득 수급권의 장벽이 되는 것은 솔직히 불합리하다.
기본소득당이 지급 대상을 읍면으로 명시한 것은 이 불합리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원칙에 따른 선택이다.
돈이 마을 안에서 돌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돈이 마을 밖으로 새어나가면 소멸을 막을 수 없다.
이번 공약의 두 번째 축은 사회연대경제 주도 근접 생활권 구축이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이 주민의 근접 생활권 안에 식당, 식료품점, 돌봄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기금 도입, 인허가 우대, 지역화폐 페이백 3~5% 추가 할인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 설계의 논리는 단순하면서 강력하다. 기본소득이 지역화폐로 지급되고 그 지역화폐가 마을 안의 사회연대경제 조직에서 사용되고 그 조직이 다시 마을 주민의 일자리와 서비스를 만든다. 돈이 마을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다.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이 노인복지센터 운영, 이동식 차량 식료품 판매 등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 주민 만족도는 높지만 아쉽게도 공공 지원 없이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공약은 이 적자를 메우겠다는 약속이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 4월, 사회연대경제 혁신모델 사업 대상지로 전국 17개 지방정부를 선정하고 85억원 국비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선정된 17곳 중 10곳이 인구감소지역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사회연대경제를 지방소멸 대응의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 인식은 이번 공약의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정일 전남광주사회연대경제포럼 대표의 발언이 이 구조를 압축한다. "기본소득과 사회연대경제가 맞물리면 마을에서 꼭 필요하지만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일들이 지속 가능해진다." 시장이 외면한 자리를 공동체가 채우고 기본소득이 그 공동체를 지탱하는 재원이 되는 것이다.
AI와 재생 에너지가 어떻게 돈을 창출하는가
전남의 해안과 산지에는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패널이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농촌의 땅과 바람과 햇빛이 전국의 전력을 생산하지만 그 이익이 농촌 주민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소득당 공약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용혜인 대표는 "월 10만원에 멈추지 않겠다"며 "산업혁신투자 시민배당, 재생에너지 시민배당과의 연계"를 통해 당론인 월 30만원까지 점진적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전남 신안군은 이미 해상풍력, 태양광 사업이 단계적으로 완공될 때 군민 전체에게 햇빛, 바람연금을 합쳐 1인당 연간 최대 600만원 지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이익을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는 일이 예상이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26년 4월 발표한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이상(100GW) 조기 달성을 목표로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국가 정책의 방향이다. 문제는 그 이익의 분배다. 농촌의 땅과 자연을 활용해 생산된 전력의 수익이 발전사에 귀속되는 구조를 그대로 두는 것과 그 이익의 일부를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정치경제연구소는 2026년 2월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이익공유 모델을 네 가지로 유형화했다. 해상풍력 공공지분 할양형, 국부펀드 지분획득형, 공공토지 임대형, 주민참여형(협동조합, 펀드, 채권)이다. 이 모델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에너지 전환의 이익이 자본에만 귀속되지 않고 지역 공동체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 기본소득당의 재생에너지 시민배당 논거는 이 흐름과 정확히 같은 방향에 서 있다.
2027년, 현실이 되려면
기본소득당은 이번 공약에서 구체적인 실행 경로도 제시했다. 전남광주 15개 군 전역에 특별시비와 군비 5:5 매칭으로 1인당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데 연 8,400억원이 소요된다. 특별시 부담분 4,200억원은 중앙정부 통합지원금 연 5조원의 약 8% 수준이고,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후보와 정책협약도 이미 체결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농어촌기본소득운동전국연합, 전국어민회총연맹, 전남광주사회연대경제포럼이 공약 현장에 함께했다. 정치 공약이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연대 기반 위에 서 있다는 것은 선거 이후의 실행 압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철수 전국어민회총연맹 공동회장의 말이 현장의 절박함을 전한다. "기후위기, 어획량 감소, 고령화의 삼중고 속에서 농어촌기본소득이 어촌 소멸을 막는 현실적 해법"이라고. 2024년 고용정보원 분석 기준 전국 소멸위험지역은 이미 130곳, 전체 시군구의 57%다. 위기는 이미 통계가 됐다.
농촌 소멸은 운명이 아니다. 정책이 만들고, 정책이 막을 수 있다. 행정 경계선 때문에 기본소득을 받지 못하는 농민이 없어지는 것, 마을 안에서 돈이 돌고 돌봄이 지속되는 것, AI와 재생에너지가 가져가는 이익을 주민이 돌려받는 것. 이 세 가지가 함께 설계될 때, 농어촌기본소득은 소멸을 막는 구조적 전환이 된다. 기본소득당이 그 일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 raylogue
FAQ
Q1. 농어촌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농어촌 지역 주민에게 소득 수준이나 직업과 무관하게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자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 수단으로 설계된다. 이재명 정부는 2026년부터 10개 군에서 월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Q2. 도농복합시 읍·면 주민은 왜 농어촌기본소득을 받지 못하는가?
현행 국가 시범사업은 군 거주자를 지급 대상으로 설계했다. 도농복합시는 군이 아닌 시이므로, 그 안에 읍면이 있어 실질적으로 농촌이더라도 수급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지급 대상을 행정 단위 군이 아닌 실질 거주 지역인 읍면으로 규정하는 농어촌기본소득법을 대표 발의했다.
Q3. 기본소득당의 전남광주 농어촌기본소득 공약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되는가?
특별시비와 군비를 5:5로 매칭하는 구조다. 전남 15개 군에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데 연 8,400억원이 소요되며, 특별시 부담분 4,200억원은 중앙정부 통합지원금 연 5조원의 약 8% 수준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시민배당, 산업혁신투자 시민배당과 연계해 당론인 월 30만원까지 상향하는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Q4. 재생에너지와 농어촌기본소득은 어떤 관계인가?
농촌의 땅과 바람, 햇빛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발전 이익을 지역 주민에게 환류하는 구조다. 전남 신안군은 이미 태양광·해상풍력 사업 이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햇빛·바람연금을 시행 중이며, 사업 완공 시 군민 1인당 연간 최대 600만원 지급을 목표로 한다. 기본소득당은 이 모델을 전남광주 전역으로 확산하는 재원 경로로 제시하고 있다.
Q5. 사회연대경제와 농어촌기본소득을 함께 설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소득만 지급해도 돈이 마을 밖으로 빠져나가면 지역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마을 안에서 식당, 식료품점, 돌봄서비스를 운영하고, 기본소득이 지역화폐로 그 조직에서 사용되면 돈이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시장이 수익성 없다는 이유로 외면한 서비스를 공동체가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메커니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