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신의 열매를 주민에게: 기본소득당 서부권 공약을 응원하며
기본소득당이 2026년 6.3 지방선거에서 내놓은 호남 서부권 공약의 핵심은 이익공유제다. 4조 원 규모 공유부 펀드, AI 데이터센터 특구, 전력 반도체 산업 육성을 묶어 재생에너지와 AI 산업의 과실을 호남 주민에게 배당하는 구조를 설계한다는 것이다. 현대차 9조 원 투자, 블랙록 20조 원 LOI가 동시에 쏟아지는 지금 산업은 들어오고 있다. 문제는 수익을 어떻게 나누는가다.
레이 | 디지털 저널리스트 | awesome.ai.life@gmail.com | 2026년 5월 12일
기본소득당이 2026년 6.3 지방선거에서 발표한 호남 서부권 공약은 기존의 지역개발 논리를 근본부터 뒤집는 제안이다. 산업을 유치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과실을 주민 전체에게 돌리는 구조를 법과 제도로 박겠다는 것이다.
호남지방데이터청에 따르면 2025년 호남권에서 다른 지역으로 떠난 청년은 약 2만여 명이다. 그중 1만 5천여 명은 20대다. 학업과 취업을 이유로 떠난다고 하지만 사실은 구조가 그들을 내보내는 것이다. 일자리가 없고 괜찮은 일자리는 더더욱 없으며 그나마 생기는 산업 투자의 수익은 외부 자본과 국가 예산으로 귀속된다. 이렇게 청년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빚과 노인이다.
그 구조를 바꾸겠다는 공약이 기본소득당이 2026년 5월 11일 발표한 서부권 산업혁신 대전환이다. 4조 원 규모 호남 공유부 펀드, AI 데이터센터 특구, 전력 반도체 산업 육성, 그리고 이익공유제. 내용의 규모도 규모지만 내가 이 공약에서 눈여겨보는 것은 다른 데 있다. 이익을 누구에게 돌리나 라는 질문을 공약의 중심에 놓는다는 것이다.

왜 지금 호남 서부권인가: 전력, 땅, 재생에너지의 조건
이 공약이 공허한 지역개발 레토릭이 아닌 이유는 그것이 실제로 성립 가능한 조건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 2026년 1월 보고서를 인용한 아시아경제 분석에 따르면, 호남권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의 29.7%, 발전량의 31.5%(2023년 기준)를 담당한다. 대한민국 전체 재생에너지의 3분의 1을 호남이 만들어낸다. 그런데 전기를 보내는 전선(전력망)이 부족해서 일부러 발전을 줄이기도 한다.
동시에 수도권은 이미 포화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전력 밀도가 5배, 하이퍼스케일 센터는 최대 10배에 달한다. 수도권에 더 이상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것은 기술적 사실이다. 블랙록 자회사 뷔나(VENA)그룹은 2025년 10월 한국 정부에 20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솔라시도(전남 해남, 영암 일대에 조성 중인 대규모 관광, 레저, 산업 복합 개발지구로 땅이 넓고 전력, 재생 에너지 공급이 쉬워 데이터센터 후보지로 자주 거론된다)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오픈AI·SK 공동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도 솔라시도가 검토 대상지에 포함됐다.
이 조건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조건을 누가, 어떤 논리로 활용하느냐다.
지금까지의 지역개발 패턴은 이랬다. 기업이 들어온다.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이 따라온다. 고용이 일부 생긴다. 수익은 본사로 간다. 지역은 땅을 내주고 인력을 제공했지만 그 땅 위에서 자란 산업의 과실로부터는 소외된다.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외부 자본이고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은 지방정부이며 결과를 감당하는 것은 지역 주민이다. 기본소득당 공약은 이 구조를 바꾸려 한다.
이익공유제: 선언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
용혜인 대표가 이번 공약의 핵심으로 강조한 것은 서부권 2조 원, 동부권 2조 원, 합계 4조 원 규모의 호남 공유부 펀드다. 전남광주특별시 산업혁신기금으로 지분투자를 집행하고, 그 수익의 일부를 호남 주민 전체에 배당한다는 구조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통합시장 후보와 정책협약을 통해 추진이 약속된 사안이라고도 밝혔다.
공공 인프라가 형성한 자산 가치는 그 인프라를 만든 주민 전체에게 돌아가야 한다.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호남의 기후와 지형이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낸 공유 자산이다. 그 위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전력망이 깔리고 AI 산업이 성장한다면 그 수익의 일부는 당연히 그 자산을 보유한 공동체에 돌아와야 한다.
기본소득당의 기본소득 철학이 지역 산업 정책과 접합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개인에게 지급되는 현금 이전만이 기본소득이 아니다. 공유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공동체에 귀속시키는 모든 설계가 기본소득의 논리 위에 있다.
이 공약이 진짜 설득력을 갖는 것은 이념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메커니즘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주민이 함께 나눈다는 구호는 어떤 정당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혁신기금 지분투자 > 배당이라는 법적, 재정적 경로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은 다르다. 목표를 위해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겠다는 얘기다.
전력 반도체와 광산구: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
공약의 세 번째 축인 빛그린산단 전력 반도체 육성을 따로 짚어야 한다. 단순한 산업 유치 공약처럼 보이지만, 맥락이 있다.
광주 광산구에서 대우위니아 협력업체 위기 사태가 최근 표면화됐다. 가전 제조업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관련 중소기업들이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 전통 제조업의 쇠퇴는 예고된 현상이었지만 그것을 대체할 산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전력 반도체(Power Semiconductor)는 전기차,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등 급부상하는 모든 산업에 두루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그런데 국내에 경쟁력 있는 전력 반도체 기업이 없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명확하게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부산이 차세대 전력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먼저 나섰지만 용 대표의 논리처럼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급지는 하나일 필요가 없다. 특히 빛그린산단이 위치한 광산구, 함평군은 호남의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산업 생태계와 물리적으로 연계된다. 전력 반도체의 주 활용 분야가 바로 이 지역이 집중하는 산업이라는 점이 차별화 근거다.
산업은 고립될 수 없다. 나주의 R&D, 무안의 양산, 빛그린산단의 전력 반도체, 솔라시도의 데이터센터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지역은 외부 투자에 종속되지 않는 자생적 산업 기반을 갖게 된다.
기본소득당이 이 공약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솔직하게 말하자. 기본소득당은 작은 정당이다. 현재 의석 수로 이 공약의 모든 항목을 단독으로 입법화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공약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의제 선점이다. 이익공유제, 공유부 펀드, 녹색 데이터센터 특구라는 언어를 지역 선거 정치의 공식 의제로 올려놓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다. 더불어민주당이 통합시장 후보를 내고 전남광주 지역 개발 논의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기본소득당이 "누구의 이익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제기하는 것은 다수당의 정책 방향을 교정하는 압력이 된다.
용 대표는 이미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익공유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이것이 기본소득당의 전략적 포지션이다. 과반을 획득하지 않아도 다수당이 채택할 수밖에 없는 의제를 먼저 제시하고 그 채택을 이끌어내는 것. 이건 작은 정당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입법 전략이다.
두 번째는 지방의원의 현장 역할이다. 용 대표는 공약 발표에서 "국회에서는 용혜인이, 현장에서는 전남광주 기본소득당 지방의원들이 함께 뛰겠다"고 말했다. 지방의회 의석이 없으면 산업혁신기금의 설계와 집행을 감시할 수 없다. 지분투자 구조가 실제로 주민 배당으로 연결되는지, 이익공유제가 선거용 구호로 증발하지 않는지를 현장에서 추적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자본과 국가이고 설계를 포기하는 것은 지방의회이며 결과를 감당하는 것은 주민이다. 기본소득당의 이 공약을 구현하려면 지방의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구조를 바꿀 수 없다.
2026년 호남, 두 개의 AI 서사
2026년 2월 27일,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 9조 원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AI 데이터센터, 로봇, 수소, 태양광을 아우르는 복합 산업 거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호남권 전체의 경제 지도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했다. 외부 자본이 대규모로 들어오는 것은 분명한 기회다.
그러나 경제 지도가 바뀐다고 해서 주민의 삶이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직간접 고용 7만 1,000명이라는 숫자가 실현되더라도 실제로 호남 청년이 고용될지, 외부에서 유입한 인력으로 채울지는 다른 얘기다. 수익이 재투자될지, 본사와 주주에게 귀속될지도 그렇다.
기본소득당 공약은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을 던진다. AI 전환의 물결이 호남에 밀려올 때 그 파도 위에서 수익을 챙기는 주체가 누구인가. 기본소득당은 그 주체가 호남 주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설계하겠다고 한다.
나는 이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방향이 실현되려면, 이 공약을 들고 뛰는 사람들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
2026년 3월 기준,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소멸위험지역은 138곳(60.2%)이다. 호남의 많은 지역이 그 목록에 있다. 소멸이라는 단어는 너무 크고 무서워서 오히려 실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도권행 버스에 짐을 실어 올리는 20대의 얼굴로 현실에 있다.
그 청년이 돌아올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돌아왔을 때 자신이 기여한 산업의 수익이 자신에게도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 기본소득당이 말하는 공유부 펀드와 이익공유제는 그 조건을 향한 구체적 경로다. 이 공약이 실현되길 응원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서 기본소득당 지방의원의 당선을 바란다.
